김만기씨 부부의 겨울나기 - "컨테이너라도 있었으면" 이웃 도움으로 끼니 해결
두터운 옷을 입고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살을 에는 추위가 전주지역을 강타한 6일 전주기전대 옆 공터. 주차된 여러 대의 차량들 사이로 이불과 비닐 포장을 덮은 차량 3대가 서 있다.
차량들 사이에는 주워온 가구로 바람만 간신히 막은 임시부엌이 만들어져 있고, 남루한 옷차림의 60대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추위속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이 곳은 김만기(60)·송효순씨(60) 부부가 마련한 임시거처. 김씨 부부는 지난해 3월 화재로 집을 잃은 뒤 거리를 떠돌다 같은 해 9월께부터 이 곳에서 살고 있다.
"화재로 집이 몽땅 불에 탔어요. 겨우 몸만 빠져나와서 빈털터리가 됐고, 전세금도 받지 못해 오갈 데가 없어 차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 전 친구에게서 헐값에 구입한 코란도 승용차와 폐차 직전의 승용차 2대는 이들에게 추위와 비 바람을 피하게 해줄 유일한 수단이다. 차에서 살다보니 난방은 생각조차 못한다. 오래된 이불 몇 개가 이들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먹을 물은 다가공원에서, 빨래는 전주천 물을 떠와서 한다. 집은 없지만 남편 김씨가 일을 할 때는 끼니 걱정은 안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차에서 살면서 김씨의 몸이 안 좋아져 일을 할 수 없게 된 요즘, 이들은 주변에서 가져다준 쌀과 라면으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을 하고 싶어도, 부부 명의로 돼 있는 차량 3대 때문에 불가하다. 이 차량들은 전혀 운행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들 부부가 차에서 사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은인과 다름없는 강아지들과 헤어질 수 없어서다.
김씨는 "우리 둘만 있다면 어디든 가서 살면 되겠죠. 그런데 아내의 생명을 살려준 강아지들을 버릴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지난해 화재 당시 부인 송씨는 집안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강아지들이 평소와 다르게 크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집 전체로 불이 번진 상황이었다. 송씨는 가까스로 화마를 피했다. 불에 그을리면서까지 주인을 애타게 불렀던 강아지들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김씨 부부에게 이들 강아지는 목숨을 구해준 은인 그 이상이다. 20여 년 전 두 사람이 처음 만나 가정을 꾸리며 살아오는 동안 강아지들은 자식처럼 이들 부부의 곁을 지켜왔다. 이렇게 키워오다 보니 처음 1마리였던 강아지는 13마리까지 늘었다. 이들은 현재 임시거처에서 13마리 강아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주변에서 자꾸 눈치를 줘서,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고 하고 있지만, 빈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강아지들과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공터와 컨테이너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