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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도루묵

도루묵은 본래 목어(木魚)라는 물고기를 말한다. 그런데 도루묵은 은어(銀魚) 또는 환목어(還木魚)라고도 부르며 목어에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담겨 있다.

 

정조 때에 이의봉이라는 사람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에 의하면 “고려의 왕이 동천(東遷)하였을 때 목어를 드신 뒤 맛이 있다하여 목어를 은어로 고쳐 부르라고 하였다. 환도 후 그 맛이 생각나고 그리워 다시 먹었을 때 맛이 없어 다시 목어로 바꿔 부르라고 하여 도루묵(還木魚)이 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목어 본래의 맛은 변함이 없을 진 데 나라님의 입맛이 변함에 따라 목어는 여러 차례 개명이 되면서 결국은 다시 목어의 제 이름을 찾게 된 것이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공을 들인 일이 아무런 효과도 없이 처음의 제 자리로 돌아가거나 공염불로 끝날 때에 ‘말짱 도루묵’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

 

그런데 최근 16대 총선 후보자 공천명단을 보고 있노라면 그 사람이 또 그 사람이어서 그런지 도루묵이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난다. 젊은 피 수혈론을 들먹여 가며 정치개혁을 외치고 대폭적인 물갈이를 한다고 애드벌룬을 띄웠지만 정작 그 결과를 보면 ‘물갈이’는 벌써 물 건너갔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정치권의 입맛을 바꿔 버렸을까. 정치권은 결국 물갈이란 신선한 입맛보다 당선가 능성이란 달콤한 입맛을 선택하였다. 이번에도 국민의 정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국민의 뜻은 여지없이 뭉개지고 말았다. 구태의연함에 식상하고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는 정치권을 보면 마치 딴 세상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4·13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눈멀고 귀멀어 이제는 입맛까지 잃어버린 정치권에 도루묵이라도 선물하여 다시 입맛을 찾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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