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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공돈의 힘’, 농촌을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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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씩이다. 소득수준이나 연령 등 꼬치꼬치 따지는 것도 없다. 그냥 준다. 순창을 포함해 전국 6개 군 지역 주민들은 내년부터 2년 동안 1인당 월 15만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게 된다. 4인 가족의 경우 월 60만원, 연 720만원이다. 자체 재원을 더 보태 월 20만원씩 주기로 한 곳도 있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다. 성과가 좋으면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공돈’이 죽어가는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월 15만원 받으려고 농어촌으로 이주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안정에 어느 정도 보탬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인구유출 방지턱’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직접지원 정책은 지자체에서 더 적극적이다. 전국 상당수의 지자체가 올해 정부의 2차례 민생지원금과 별도로 돈 보따리를 풀었다. 전북에서는 설·추석 명절에 맞춰 김제와 남원·정읍·완주·진안·부안·고창군이 20~50만원씩을 나눠줬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이다. 현금성 복지비용 지출 비율이 높으면 행정안전부의 페널티도 있다. 그런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주민 반응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정책과 달리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웃 시·군의 주민들이 ‘우리는 왜 안 주냐, 이사가겠다’며 지자체장을 압박할 정도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에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계속된 공돈 자극에 주민들이 중독됐다. 사회 인프라 확충 등 간접지원 정책에 대한 농어촌 주민들의 만족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전 국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짜 돈을 나눠준 것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처음이다.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돈 뿌리기’가 이어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빚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22년 1067조원으로 ‘천조국’에 진입했다. 그리고 지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나라 살림이 거덜나게 생겼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은 지도자와 지자체장들은 ‘빚 무서운 줄’ 모른다. 아니 모른 체한다. 곳간을 탈탈 털고 빚을 내서라도 표심을 사겠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공돈 앞에서는 굳이 날을 세우지 않는다.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다. 결국은 우리 후세들이 등골 빠지게 짊어져야 할 짐이다.

힘의 논리,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공짜 돈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공돈의 힘’이 죽어가는 농어촌을 살릴 수만 있다면 붙잡아야 할 처지다. 부작용과 후유증이 크더라도 우선 살려내고 볼 일이다. 어차피 저출산 대책 등 인구 위기,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간접지원 방식으로 투입될 재원이라면 산소호흡기가 시급한 곳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원돼야 하지 않겠는가.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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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돈의 힘 #농어촌 기본소득 #직접지원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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