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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물러나는 政治人

엊그제 일본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정계를 은퇴했다. 그의 나이 75세. 그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70∼80대이상의 노령 정치인이 수두룩하고 90을 넘긴 현역 의원이 왕성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야마는 ‘이제 내가 정치 일선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홀연히 정계를 떠난 것이다.

 

이번에는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일본과 같이 고령 정치인이 많은 영국에서 이제 불과 57세인 그의 은퇴는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창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나이임에도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 보다는 남들이 머물라 할때 떠나겠다’는 그의 은퇴의 변이 인상적이다. 1997년 총선에서 현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에 패해 18년만에 정권을 이양한 그는 ‘만일 초선의원이라면 현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겠지만 그것은 전직 총리가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날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으로 페레스트로이카를 주도했던 고르바초프가 ‘러시아의 개혁을 위해 정치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1%의 지지밖에 못 받는 그가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러시아를 위해 옳은지 그른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연전에 일본의 오부치 내각에 대장상으로 입각한 미야자와 전 총리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후배 총리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장관으로 입각한 일본의 정치풍토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일에 대한 열정, 책임감, 현실에 대한 판단력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덕목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지금 총선마당을 휩쓸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무라야마나 미야자와, 메이저 같은 정치인을 둔 일본이나 영국의 정치가 새삼 부럽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정치인이 우리나라엔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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