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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官職은 棺인가



'어떤 사람이 물었다. 

어찌하여 관직(官職)에 오르면 관(棺)이 보이고 재물을 얻으면 꿈속에 똥이 보이는 것이오?

은호라는 사람이 대답했다.

관직은 원래 부패하기 때문에 꿈속에서 관을 보게 되는 것이고 재물은 하찮은 것이기 때문에 꿈속에서 더러운 똥이 보이는 것이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명예를 중시하게 됐다.'

약 1천5백년전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고전인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가 각종 게이트사건으로 떠들썩하다보니 부패척결의 목소리가 높다.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회 핵심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해지면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들이 구속되거나 공직을 떠나고 있다.

검찰총수까지도 동생의 이용호게이트 연루에 대한 도덕적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고 청와대의 일부 전직직원까지 비리와 관계된 혐의를 받고 있는등 상당수의 공직자들의 윤리와 도덕성이 국민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중국고전의 이야기대로 그야말로 하찮은 재물에 눈이 멀고 명예를 중요시하지 않는,즉 윤리나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관직(官職)은 관(棺)인 것이다.

공직자들의 이같은 부도덕성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투영돼 이들의 윤리의식도 심히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최근 서울시내 10개 중·고교생 1천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윤리의식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28.4%가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 33%가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 할 것,  22.7%가 친인척부패에 묵인할 것,  16%는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을 벌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사실은 과히 충격적이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중고교생들의 이같은 윤리의식저변에 이기주의나 황금만능주의가 병처럼 널리 퍼져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당연 국가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수사검찰청의 조기설치와 부패방지위의 개청을 서두르는등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겠는가.

그러나 모든 부패의 근저에는 물질과 황금만능주의에 편승하고 있는 도덕적해이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부패방지위나 특별수사검찰청의 기구를 만든다고 부패가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감원, 감사원, 검찰, 경찰, 법원 등 그동안 각종 부패방지기구가 많이 설치돼 있는데도 부패가 만연돼 있는 것은 부패는 기구나 조직에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의 윤리와 도덕상실에 그 원인이 있다는데 모든 이들이 동감을 할 것이다.

공직자들이 재물을 하찮은 것으로 보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윤리의식만 확립된다면 부패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고 그렇치 않은 사람은 벌을 받으며 공직자들이 양심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정의의 확립을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구축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구만 신설한다면 그것은 한갖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때다.

/ 본보 사회부장

 

안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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