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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기업유치 하려면



얼마전 도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대기업의 CEO급 인사를 만날 기회를 가졌다.

각각 대구와 고창 출신으로 도내에서 3년과 7년째 현직을 맡아 내실있는 경영을 하는 분들이다. 이들은 “전북에서 기업하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우회적으로 ‘전북인의 프로정신 결핍과 소극성’을 꼽았다.

A씨는 10여년 전 독일근무 당시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당시 20대 후반의 독일 여직원을 채용했다. 출근 첫날부터 열심히 일만하던 그녀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면담신청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자신은 분명히 회사와 풀타임 근무로 계약을 했는데 ‘왜 파트타임 분량의 일밖에 시키지 않느냐’는 항의였다.

그러면서 풀타임 근무에 맞는 일감을 달라고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프로다운 정신인가. 우리 같으면 편한 일을 선호하고 남은 시간에 개인 일을 볼텐데 말이다.

A씨는 이와 함께 울산과 전주공장 직원들의 근무 자세를 비교했다. 울산에서는 직원들이 특근과 잔업을 서로 하려고 하는 반면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외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느껴지더라고 덧붙였다.

또 전북도나 전주시 등 자치단체들도 돈을 쓰는 문화행사에 비해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문화에 대한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협찬 등에 시달리는 기업인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지난해 100% 외국기업이 된 공장을 맡고 있는 B씨는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차이를 4가지로 요약해서 들려줬다. 첫째 투명·예측경영, 둘째 수익 중시, 세째 재무건전성 강화, 네째 성과위주 인센티브제 정착이 그것이었다.

종전에는 공급위주의 경영을 하다보니 생산량의 30-70%가 재고로 쌓였다. 그에 비해 지금은 철저히 주문생산, 그것도 우수고객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최고의사결정 주체도 오너에서 주주 중심으로 바뀌고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실리추구가 무서울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글로벌 경영시대에 향토기업이니, 혈연 학연 등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말해 준다. 또한 조금만 튀어도 헐뜯고 끌어 내리려는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인구 2백만명선이 무너지자 노심초사했다. 편법으로 인구늘리기에 나서 가까스로 땜질을 해 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얼마나 허망한가는 통계가 바로 알려준다.

전북통계사무소의 지난 ‘10월중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실업자 1만1천2백여명이 서울 등 타지로 빠져 나갔다. 도내에서는 취업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었다. 또 구직자 10명중 7명이 탈(脫)전북을 계획하고 있다는 발표는 더욱 충격적이다.

전북도는 지난해부터 도내에 시설투자규모가 10억원이 넘을 경우 최고 2억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3백50개 기업유치 목표에 3백80개를 유치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뿌리내릴 기업은 몇개나 되며 사후관리(care)는 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을 유치하려면 도로 항만 공항 등 SOC가 완비돼 물류비가 절감되고 우수인력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는 교육여건이 조성되는게 먼저일 것이다.

또 지역균형특별법 국회통과와 수도권만을 키우는 공업배치법 개정안도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CEO들의 지적처럼 도민들의 프로정신과 공세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 조상진 (경제부장)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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