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데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이를 정확히 계량화 해 순위까지 매기기 어렵다 .하지만 1인당 국민생산이나 소득, 국가의 총부 (總富)에 따라 일반적으로 평가한다.
더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과 수명 ,문화향유 수준, 법과 질서 도덕의 준수 상황, 부정부패의 만연도 ,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의 청결도 등 다양하게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딘가. 50년대 6.25를 전후해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빈 후진국이었다. 70~80년대 피땀어린 노력으로 개발도상국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선진국 클럽인 OECD에 가입할 정도의 어엿한 나라가 됐다.
세계적으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몇 안되는 나라다. 이 정도면 불모의 땅에서 자랑스런 후손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직 멀었다. 사상누각이었을 뿐이었다.
재해방지 대책 한심한 수준
적어도 이번 수해를 보고는 할 말이 없게끔 만들었다. 재해에 대한 무방비, 피해 기준으로 봐서는 다시 후진국으로 되돌아 갈 처지다.
2백수십명이 넘는 사망, 실종자와 3조를 훌렁 넘긴 재산피해였으니까. 열흘 전의 폭우 피해까지 합치면 59년도 사하라나 80년대 셀마 태풍 피해 때나 별반 차이가 아니다. 그동안 국가가 속빈 강정으로 외형만 발전시켰다는 증거다.
천재지변은 세계 여느 나라 여느 지역이라고 예외는 없다. 그러나 나라에 따라 피해 정도는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는 공포의 허리케인이 여름철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1년이면 지진이 수천차례 발생하고 우리 보다 태풍의 빈도가 더 높다. 피해는 어떤가 .
고작 낮은 두자리수의 인명피해나 약간의 기반 시설 파괴 정도다. 지난달 비슷한 위력의 태풍 규모에 일본은 겨우 8명의 인명 피해를 기록해 우리와는 큰 대조를 이뤘다. 올해 1백년 만에 닥쳤다는 호우에도 독일인 인명피해 또한 20명이었다.
반면 중국,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권 국가들을 보라. 한심하다. 우리와 같은 태풍권인 이들 나라들은 한번 재해가 닥쳤다면 수백, 수천명 사망에 나라가 쑥대밭 된다. 그것도 매년 되풀이다. 그걸 보고 ”역시 그들 나라는 한국 보다 한 수 아래인 후진국이야“ 비웃기도 했던 우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런 나라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사돈 남 나무라는 격이었다.
미리미리 준비 피해 없어야
내고장 전북은 지난 수년간 운좋게도 그런 대재앙에서 비켜나갔다. 그래서 도민들은 ”전라북도는 역시 전라 福道야!“ ”낙후 지역 하늘에서라도 지켜줘야지“방방 자랑도 하고 자위도 가졌다.
그것이 지나쳐 자만에 빠진 순간 올해 모처럼만에(?) 일격을 당했다. 두차례에 걸여 14명이 사망 실종됐고 재산피해도 어느덧 3천억원이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취약한 지역치고는 어찌 보면 가장 큰 피해 지역이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 당하고도 지금 전북도민은 큰 소릴 못치고 있다. 그동안 복도라 방정맞게 떠들어대 유구무언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예고편이지 아닐까. 만일에 전북에도 강원도나 영남 지역처럼 하루 6백mm와 강풍이 몰아쳤다면 얼마나 타격을 입을까.
또 진도 5∼6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또한 어떻게 될 것인가. 끔찍하다.
타 자치단체 보다 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방재 쪽에는 언제나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지역이기 때문이다. 영세민이나 달동네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어둠의 땅이 바로 우리 고장 전북이다.
전북은 조그만 사태에도 큰 일이 발생할 위기를 항시 내포하고 있다. 이번 재난은 더 이상 하늘에나 기대는 요행은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복도’ 란 말을 내뱉은 우리의 입이 부끄런 입게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유비무환의 대책을 세워야겠다.
/임경탁(본사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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