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숙 편집부국장
이달 1일부터 7일까지가 노동부가 정한 제 3회 남녀 고용 평등 강조 주간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도 산업현장에는 아직도 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정규직 남성노동자에 비해 임금·승진·부서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하물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말 할 것도 없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IMF 이후 50% 이상 늘었으며 이중 70% 이상이 여성이니 비정규직 문제는 곧 여성 문제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이들 파견 및 용역직, 위탁계약직, 시간제 등 비정규직 여성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이고 보면 여성노인의 사회복지시스템 부분까지 연계된다고도 볼 수 있다.
저임금-과중한 노동 시달려
실제 도내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재계약 때마다 계약 해지 위협을 당하면서도 계약 해지 절차 등 형태상으로는 합법을 띰으로써 자유로운 해고 앞에 하루 하루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느끼며 부당한 차별에도 제대로 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명색이 근로기준법 제 5조와 근로자파견법 제 21조에 명시된 차별 금지와 균등 대우 등 규정,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은 적어도 이들의 몫이 아니었다. 특히 위탁계약직 여성들은 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 안에서 용역업체 난립으로 인한 업체의 덤핑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2월과 3월 원광대병원에서 세탁일을 하는 아주머니들(평균 연령 60세 이상)과 청소일(미화)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임금인상과 정년철폐 등을 요구하며 10여일 이상 파업을 벌이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용역업체들이 통상 1년 계약직 신분으로 10년 이상 근속한 이들에게 2월 재계약을 앞두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만 55세로 연령을 제한한 것이다. 이제 전북대와 전북대병원 미화·시설·주차경비 등 일용직들(대부분 여성)이 야간 연장 휴일근로에 따른 법정 수당 지급, 중식 제공, 휴가사용시 대체인력 파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용업체에서 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일정 업무를 용역화 할 때 일단 임금이 삭감되는데다, 용역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시 30∼40% 정도 임금이 깎이면서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에 시달린다.
이 뿐 아니다. 백화점에서 청소일 하는 한 여성노동자는 주 44시간 이상 근무하고도 월 55만원을 받고 있다. 노동부에서 제시한 최저임금은 월 51만4천1백50원. 이처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토·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연장근로에 따른 특근수당은 커녕 연월차 휴가나 생리 휴가는 쉬지도, 또 수당으로 받지도 못한다.
실제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이 최근 도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평균 임금이 86만9천원 정도에 74%가 1백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고 8.4%는 임금이 50만원도 되지 않았다.
이들중 74.1%가 평일 9시간 이상 근무했고 34.6%는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등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 고용으로 상승 이동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정규직을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때마다 해고대상
여성노동자는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선 해고 대상이었다. 남성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가장이 남성이 해고되면 가정이 몰락하므로 여성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잣대를 들이대며 여성을 직장에서 내몰았다. 여성이 주축이 됐던 부서를 아예 없애거나 계약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양산해냈다.
노동권에서 조차 여성노동을 부업 정도로 여기며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비정규직을 도는 것을 눈 감았다. 경제적 독립을 떼 놓고는 여성의 지위를 논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할 때 성(性)평등한 노동문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허명숙(본사 특집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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