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레이스 도중 발생한 인명피해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였다.
자동차경주대회는 위험성이 많은 만큼 각종 안전장치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같은 기본 원칙도 무시됐다. 안전벽은 3백m 직선코스 구간중 출발지점 40∼50m부근에서 타이어 4개씩을 1백m가량 쌓아둔 것이 고작.
이처럼 안전조치를 외면한 주최측의 졸속 대회운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레이스 열풍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휴일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까지 겹쳐 시민들이 월드컵경기장에 대거 몰렸으나, 안전요원도 턱없이 부족해 통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관중들이 경주가 치러지는 안전지대까지 접근, 곳곳에서 아찔한 광경이 목격됐다.
△사고경위= 지난 10월26일 오후 3시40분. 전주 월드컵경기장 외곽 도로에서 열린 제7회 전북대학교 총장배 KATA(한국자동차튜닝협회) 전북 드래그레이스대회 일반부 결승전에서 자동차경주를 벌이던 티뷰론 승용차(운전자 김모씨·24·인천시 남동구)가 결승지점을 지나 관중석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자동차경주를 구경하던 전북대 1학년 임모씨(20·전주시 인후동) 등 3명(남자 2명·여자 1명)이 숨지고, 김모씨(27·광주시 동구) 등 6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는 경주에 참가한 티뷰론 승용차가 출발지점인 ‘만남의 광장’ 동측 외문에서 운전면허시험장 방면 직선코스 3백m 결승점을 지난 뒤 인도로 돌진해 일어났다.
△사고원인= 전주 북부경찰서는 운전자의 조작미숙에 따른 급제동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김모씨(24)와 대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사고원인이 ‘급제동’으로 모아지고 있다”면서 “정확한 사고원인은 운전자에 대한 추가 조사와 차량결함 조사가 끝나야 밝혀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운전자 김씨가 결승점까지 시속 1백60㎞ 속력으로 통과한 뒤 서서히 제동을 하지 않고 급제동해 차량이 한바퀴 돌면서 인도로 돌진한 것 같다”면서 “김씨가 차량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1년전 디스크와 브레이크 라이닝을 다른 차종의 것으로 교체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차체 결함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과수에 차체 결함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수사= 이번 대회의 경기규정과 안전시설 기준이 없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운전자 김씨와 한국자동차튜닝협회 전북지부 관계자 등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이와함께 행사를 주관한 전북대와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조직위, 전주시 등은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뿐이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전주지법은 지난달 29일 자동차경주대회에서 급제동하다 관중을 덮쳐 9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로 운전자 김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자동차경주의 경우 안전성확보가 우선시돼야 하는데도 안전장치 확보가 미흡한 상황에서 대회가 치러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고원인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추후전망= 자동차경주대회 사고를 둘러싸고 주최측과 관련기관간 책임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족측의 항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전북대 학생 1백여명과 함께 전주시청 로비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유족측은 다음날인 29일에도 전북대 총장실을 직접찾아 두재균 총장과 일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유족측은 오는 4일 오후 전북대 구정문에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촛불집회 및 시위를 가질 계획이다.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조직위와 전주시, 자동차 튜닝협회의 책임공방속에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 또한 상당기간 터덕거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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