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7월부터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휴일이나 밤늦은 시간에 문을 연 약국을 찾기가 '하늘의 벌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 것은 대표적인 불편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에따라 꼭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찰과상이나 배탈등 자잘한 일에도 멀리 떨어진 큰 병원의 응급실까지 갈 수 밖에 없다. 약국의 휴일당번제나 심야약국제도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비싼 돈을 더 부담하지도, 또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이 아닌가.
약국의 휴일당번제는 시·도약사회에서 동별로 4개 약국 가운데 한 곳을 '당번'으로 정해 순번으로 문을 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심야약국제도 역시 정부와 시·군이 지난 2002년 7월부터 시·군·구별로 새벽 2시까지 심야약국을 지정했는데도 이를 준수하는 약국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약국의 휴일당번제와 심야약국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은 병의원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 판매하는 현행 의약분업의 특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처방전에 의한 전문약품 판매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의원들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밤늦은 시간에는 대부분의 약국들이 같이 문을 닫는 것이다. 일반의약품 판매율이 20%를 밑도는데 굳이 휴일이나 밤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것은 각종 비용 부담만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휴일당번제나 심야약국제도가 의무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데 있다. 제재할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단지 보건당국에서는 약사회를 통해 협조를 요청하지만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말 그대로 '요청'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약사들도 휴일이나 심야시간대에 약국 문을 여는 것이 힘든 일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생활인으로서 권익만을 내세우기에 앞서 약사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봉사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민들의 불편과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도 보건당국이 이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불편해소를 위한 자율적인 노력이 없을 경우 타율적인 방안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규정을 위반하는 약국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하는등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불편과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충실하게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약국에 대해서는 적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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