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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동전 한닢의 힘

 

긴급구호 팀장으로 처음 파견근무를 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일이다. 수 십년간 계속되는 전쟁과 혹독한 가뭄으로 사람들은 그야말로 초근목피를 하고 있었다. 한 마을의 평균 주민수가 2,000명이라면 반 이상이 어린이고 그 중의 300명 이상이 제 몸도 가누지 못하며 굶주리는 현장이었다. 영양부족으로 아이들의 머리는 노랗게 탈색되었고, 팔 다리는 말라 비틀어졌고, 튀어나온 헛배에는 실핏줄이 지렁이처럼 엉켜있었다.

 

그 중에서도 중증인 아이들을 월드비전이 운영하는 치료소로 데리고 왔다. 의사는 영양실조 상태가 너무나 심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불침번을 서가며 아이들에게 두시간에 한번씩 영양죽을 먹였다. 먹을 힘이 조차 없는 아이들은 강제로 입을 벌려서 먹였다. 콩가루, 밀가루, 설탕 그리고 소금을 섞어서 만든 이 영양죽이 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은 2 주일 후에 벌어졌다.

 

4살배기, 사이드. 처음에는 전혀 먹지 못하며 눈을 뒤집은 채 사경을 헤매던 아이가, 어느 날 죽을 떠 먹이려고 옆에 앉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아이가 살아난 것이다. 얼마나 놀랍고 벅차던지.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살았다!”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리가 사이드에게 준 것은 비싼 약도 아니고, 복잡한 수술도 아니다. 아이를 살려낸 2주일간의 영양죽 값은 우리 돈으로 만원. 단 돈 만원으로 사람 목숨을 살린 것이다. 여러분이 한닢 두닢 모아 보내준 동전이 긴급구호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렸는지 꼭 말해주고 싶다.

 

개발사업장에서도 동전 한닢이 아주 세다.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내가 직접 목격한 곳은 인도의 남부도시. 인력거꾼이 모여 사는 한 빈민촌에서 담보노동이라는 노예와 다름없는 어린아이가 무려 수백명이나 있었다. 하루벌어 하루사는 사람들에게는 결혼, 장례등 큰 일을 치를 돈이 없다. 그때마다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게 마련인데, 돈의 액수가 50달러가 넘어가면 그 원금의 이자로 아이를 데리고 간다고 한다. 이 아이는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해도 단 한푼도 받을 수가 없다. 그 아이의 노동은 빚진 돈의 이자이기 때문이다.

 

5살 때부터 4년째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레베카의 손에는 지문도 손톱도 없었다. 손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몹시 따갑지만 집에 돌아가 소금물에 손을 담그는 게 고작이다. 부모는 도저히 원금 50달러를 갚을 수 없기에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레베카를 노예 아닌 노예로 만든 것은 단돈 6만원. 그 돈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레베카를 빼올수 있다.

 

이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사이드, 인도의 레베카를 비롯한 세상의 많은 아이들은 벼랑 끝에 겨우 손끝만 걸고 있는 상태로 살고 있다.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뻗혀 벼랑에서 끌어올려주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의 도움은 그야말로 희망과 생명의 동아줄이다.

 

지난 4년, 나는 수많은 현장에서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여러분의 동전 한닢, 한닢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귀한 생명을 구해내는가를.

 

/한비야(여행가ㆍ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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