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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버이날…치매노인 통해 본 '우리 부모들의 아픔'

노인 치매환자는 한 가정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정부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시급히 마련 되어야 한다. (desk@jjan.kr)

 

7일 오전 9시 노인 무료요양원인 김제 성암복지관. 어버이날 행사가 열리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힘없이 벽에 기댄 채 사회복지사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며 하루를 이어갈 뿐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이 곳에 입소한 상당수 노인들이 치매증세를 앓고 있고 온 가족이 고통을 당한 뒤 옮겨온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가족이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황혼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 12월16일 입소한 김 할머니(88)는 서울 단칸방에서 살 당시 쓰레기통에 대소변을 해결하던 습관을 바꾸지 못한 채 복지관에서도 몇달동안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한때 아들과 며느리, 손녀의 보살핌속에 살았던 김 할머니가 이처럼 아이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습관에 빠져든 것은 공격성 치매증세로 고부갈등이 깊어진 후부터 였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치매증세를 견디다 못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아들은 어머니를 단칸방에 옮기는 방법으로 아내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단칸방에 홀로 남게 된 할머니는 쓰레기통 1개에 의존한 채 이 사회의 비참한 어머니로서 삶을 살았다.

 

김 할머니는 그러나 모든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잊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손녀딸이 보고 싶구만”.

 

지난 1월에 복지관을 찾은 최 할머니(76)는 4명의 아들과 2명을 딸을 둔 어머니로서 한때 가족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았다. 아들들은 순번을 정해 어머니를 모셨다. 그러나 직장생활 때문에 간병인을 둬야했고, 한달에 2백여만원의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때부터 형제간 불화가 끊이질 않았고, 최 할머니는 최초 비인가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이 곳으로 옮겨졌다. 최 할머니는 최초 요양원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식판을 뒤엎는 등 심각한 우울증과 치매증세로 요양원 관계자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최 할머니는 사회복지사의 따뜻한 손길에 지금은 환한웃음을 가끔씩 짓는다.

 

알코올 중독과 치매증세를 보이고 있는 김 할머니(77)의 사연도 '둥지잃은 노인시대'의 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40세가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아들이 치매증세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결국 감당하지 못해 요양원에 맡겼던 것. 김 할머니는 세상을 혼돈하고 분개하는 감정을 표출하지만 아들 얘기가 나올 때면 어느새 부드럽게 변한다. 사회복지사는 장가를 가지 못한 자식 걱정때문에 할머니가 오직 그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뜸한다.

 

자식없이 홀로 한평생을 살아온 주 할아버지(66)도 치매증세로 인해 분별력이 떨어지지만 이웃에 대한 그리움을 지금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께부터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 할아버지는 사람의 몸을 만지며 애정결핍 현상을 충족하고 있었다.

 

성암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치매증세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것은 이 시대의 아픔이다”면서 "치매환자는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한 가정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사는 이어 "치매환자를 위한 사회적 공동 대처방안이 마련돼 이들이 사랑과 행복속에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한 뒤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치매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홍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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