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계가 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약대 6년제 개편안이 불씨다.
정부가 '약대 6년제'도입 방침을 밝히자 원광대와 우석대를 비롯한 전국의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지난달 중순 무기한 시험거부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에앞서 원광대와 우석대 약학과 학생들도 6년제 도입을 촉구하며 시험을 거부했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대한 한의사협회·대한 약사회가 오는 2008년부터 약대 6년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제2의 한약분쟁 우려는 일단 해소되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전북대와 원광대등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수업거부에 들어가면서 불씨를 이어갔다.
약대 6년제문제는 도내에서 특히 민감하다. 원광대와 우석대에 한의대와 약학과가 함께 개설돼 있는데다 국내에 3곳뿐인 한약학과도 이들 두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해관계가 얽힌 의과대학도 전북대와 원광대·서남대에 개설돼 있다.
약대 6년제 시행안은 약사회와 한의사협회·의사협회등 3단체의 이해가 난마처럼 얽혀, 자칫 또다른 의료분쟁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일단 첨예한 대립관계를 보였던 한의사협회와 약사회가 약대 학제 개편안에 합의했지만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의사협회도 강경입장을 밝히고 나서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라북도 약사회는 약대 6년제 개편의 당위성으로 △약사들이 신약개발등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과 △의약분업에 따른 심화교육 △약계 서비스 향상 △ 6년제 약대로 가는 세계적 추세등을 들었다.
의약분업의 효과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한 심화교육을 위해 현재의 졸업 이수학점을 늘리고 커리큘럼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 또 국제기준에 적합한 학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 나라 약학대학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의과대학 학생들은 의약분업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대 6년제 개편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약대 6년제 개편안 졸속추진을 비난하고 나선 원광대와 우석대 한의대생들은 이달초 전주와 익산·광주에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약대 6년제 추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분석하자는 취지다.
우석대 한의과대학 이재은씨(본과 2년)는 "4년의 과정이 심화교육에 버겁다면 더 배울 수도 있겠지만 의료계 합의과정이 없었던 것이 문제다”며 "밀실행정은 분명 잘못된 것이므로 6년제는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40년동안 4년제였던 약대가 6년제로 개편되는 것은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 변화인데도 불구,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밀실 야합하듯 추진돼 논의과정의 투명성에 커다란 문제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마침 1학기 학사일정을 마친 상태여서 예전과 같은 캠퍼스 학사운영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의·약계 내부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약대 6년제 시행방안을 놓고 연말까지 추가 검토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세 주체가 각각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 공조체제를 갖춰 의약분야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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