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28일 일요일 아침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장관님께서 출연하신 프로를 봤습니다. 최근의 교육계 이슈에 대한 '작심 인터뷰’란 코너였습니다. 마지막 인사말 장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교과부에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고 애정을 가지고 봐달라’는 정도였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말인데 왜 그랬을까요? 불과 이틀전, 장관님께서 전라북도교육청을 방문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장관님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전라북도교육청을 방문하신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시골 기자로서 내심 기대가 컸습니다. 요즘 교육정책이 워낙 변화가 심하다보니 장관님께 직접 몇 말씀 들어보고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과부의 답변은 "기자간담회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워낙 바쁘신 분이니까요….
그런데 '업무보고장에는 기자들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관님 모두발언만 끝나면 기자들은 나가달라’는 말을 듣고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장관님께서는 10분 늦게 시작하셔서 50분으로 예정된 업무보고를 40분만에 마치고 업무보고장을 나섰습니다. 14개 지역교육장들이 참석했지만 단 한마디 대화도 없었고, 모두발언만으로 모든 것을 마치셨습니다.
일정표를 보니 점심시간이, 이동시간을 포함해, 12시부터 2시까지 2시간이더군요. 그토록 급하게 업무보고를 마치고 기념사진 찍고 오찬장으로 서둘러 가야할 이유를 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당혹스럽고, 혼란스럽고, 궁금해하는지는 장관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혼란스러운 것은 학부모들만이 아닙니다. 요즘 교육공무원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자주 말합니다. 교과부에서 많은 정책을 발표하긴 하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지역교육청의 사전의견수렴이나 충분한 검토없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발표되긴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문이 오지 않는 정책도 있고, 언론에서 심하게 평가절하된 정책은 "아예 공문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게 교육공무원들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언론을 통해 정책은 발표됐고, 일선학교와 교사들은 질문을 하는데 도대체 답변해줄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일 아침, 한 교육공무원에게 "장관님 오시면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요?"하고 물었더니, "무슨 이야기가 되겠어요"하고 심드렁하게 반응하더군요. 지나놓고 보니 '역시나’ 였습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고향이야기는 안 하시는 것이 좋았습니다. "중학교를 다니다 올라갔는데, 모처럼 오니까 너무 발전된 전주의 모습을 보고 기뻤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많은 참석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한때 전국에서 6대 도시였던 전주시가 지금은 앞에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는데 '놀라운 발전’이라니요.
앞으로 다른 지방이라도 방문할 계획이 계시다면 좀 더 사전준비도 하시고 지역 주민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인 소통도 없이 발전은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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