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문화사회부장)
시·군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선거제도와 함께 행정구역 개편을 언급하자마자 정부·여당이 시·군 통합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정부는 통합하는 시·군·구에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당근 정책' 공세를 펼치며 구체적인 대상지역까지 거론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전주와 완주지역 사회지도층 인사를 중심으로 첫 민간주도 협의체를 결성하고 통합 물꼬트기에 나선다.
하지만 정부가 올 연말까지 설정한 시·군 통합 추진계획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통합추진 로드맵이 지역정서와 여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데다 추진일정 또한 정부의 일방적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물리적으로 촉박하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통합 신청을 받은 뒤 10월중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 투표를 통해 결정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부의 실행계획처럼 시·군 통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7년간 통합논의가 간간히 제기됐던 전주·완주의 경우 그동안 심도있는 협의 한번 못한 채 번번이 무산됐었다. 더욱이 완주군과 군의회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마당에 올 연말까지 통합을 마무리 짓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주·완주통합과 관련, 행정과 의회 지역주민간 이해가 엇갈리고 입장이 다른데 정부 의지대로 이를 두세달 만에 조율하고 지역사회의 합의를 도출하기란 시간적으로 여의치 않다.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은 통합결정 과정에서 주민의사를 최우선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지역민의 자유로운 의견제시와 여론결집 또한 그렇게 간단치 않다. 행여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국면전환이나 국정 치적쌓기 차원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연말까지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려 했다면 적어도 올 연초에는 정부차원의 제안이 나왔어야 했다. 4개월이라는 통합 시간표는 아무래도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이다. 이해당사자인 주민들 사이에 보다 충분한 논의와 협의과정이 있어야만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전주·완주 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행정과 의회의 자세도 중요하다.
행정의 논리와 의원들 입장으로 통합문제를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주민들 여론수렴에 앞서 행정과 의회의 논리만 앞세우면 민의가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 긍정적인 효과나, 또는 통합에 따른 문제와 불이익 등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들이 올바른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느 한쪽 면만 부각시키거나 일방의 정보만 제공된다면 산통은 깨질 수 밖에 없다.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 민간주도의 첫 공식 협의체가 구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역주민 스스로 통합논의를 주도하고 다양한 의견을 결집해 나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민협의체가 순수성과 진정성을 담보해야만 주민 대표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거나 관의 논리를 대변하거나 어느 한쪽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겉돌 수 밖에 없다.
전주·완주 통합은 주민에게 물어보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이 순리이자 책무이다.
/권순택(문화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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