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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열심히 하지말고 잘해라? - 이성원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요즘 교과부는 바쁘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져 일도 많이 늘었고, 이전 정부 10년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하는 듯하다. 차별화에 대해서는 어느 부처인들 예외가 없겠지만 교과부는 특히 민감한 것 같다. 더욱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청와대에 이어 대통령까지 교육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때문인가? 엄청나게 많은 교육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숙형 공립고와 기숙형학교,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농산어촌 전원학교, 종일돌봄교실, 연중돌봄학교, 교과교실제, 사교육없는 학교, 학력향상중점학교…. 언뜻 생각나는 것만도 두 손으로 모두 꼽기 어렵다.

 

누구나 게으른 것보다는 부지런한 것을 훨씬 미덕으로 친다. 그러나 요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교과부의 정책이 뭐가 뭔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가끔 나온다. 일선 교육청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기 이전에 정부의 정책이 결정되고 서둘러 발표된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교육청 담당자들도 언론보도를 통해 정책을 알게 되고, 정확한 내용을 몰라 우왕좌왕 하는 경우도 있다. 언론에 보도된 뒤 며칠이 지나서야 공문이 시달되니, 가뜩이나 입시 등 각종 정보에 어두운 지방의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힘들다.

 

절차는 그렇다치고 사업의 내용은 어떤가? 이런 노력들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교육 당사자들로부터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슷비슷한 사업내용이 너무 중복된다는 이야기부터, 너무 경쟁만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적인 예가 자율형사립고다. 지역의 정서나 실정과 전혀 맞지 않는데도 교과부는 스스로 정한 절차와 기준까지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밀어붙이려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각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갑작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 그렇다. 현재의 성적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충분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 기회를 주자는 것이 본래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MB정부의 입학사정관제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충분한 성적도 갖춰야 하고, 그 위에 특기와 특성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름은 교육기회가 불충분한 농촌 등을 위한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교육기회를 가진 수도권 등 대도시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이제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다. 한강에서만 용이 나올 수 있다'며 한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울만 바라보고 사는 서울공화국이 아니다. 지방에도 사람이 있고 지방의 실정도 있다. 교과부의 부지런함이 빛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을 함께 바라보는 균형감각이 더해져야 한다. 직장상사를 분류하는 4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똑부'와 똑똑하지만 게으른 '똑게',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멍부', 그리고 멍청하면서 게으르기까지 한 '멍게'다. 이 중에서 가장 괴로운 타입은 '멍부'라고 한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이리해라 저리해라 간섭해서 수많은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그동안 부지런함을 많이 보여줬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모습보다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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