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문화사회부장)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진행될수록 뭔가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서로 마음을 열고 통합 논의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는 커녕 갈등과 반목,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 통합의 취지와 당위성은 사라지고 지역간, 주민간 분열만 더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럴바에는 애초부터 통합 논의 자체를 거론하지 말았어야 했다. 양 지역사이에 감정의 골과 앙금만 깊어진다면 땅 넓히고 인구수 늘리는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는 졸속 추진에 있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일인데도 너무 안이하고 막무가내로 진행하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이 단순히 지도에 선 긋거나 지우는 일이 아닌 것은 정부나 자치단체장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법적 근거나 제도적 준비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들의 공론수렴 과정은 도외시한 채 불과 서너달만에 결정하라는 것은 개발독재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전주·완주 통합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반쪽짜리 행사인데다 실효성도 없는 모양새 갖추기에 그치고 있다. 이래가지고 주민 자율통합을 기대하기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장의 자세도 문제다.
통합의 대원칙에 찬성하고 통합의 당위성에 공감한다면 적극적 능동적으로 나서야함에도 강건너 불구경이다. 행정구역 통합의 가장 중심이 되어야할 주체가 팔짱만 끼고 있으니 통합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리 만무하다. 먼저 해결해야할 지역현안과 쟁점이 있다면 직접 머리를 맞대면 될텐데 아랫사람들 통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으니 통합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또 민간차원의 통합 논의와 관련, 잘못된 주장과 오해가 있다면 자치단체 차원에서 바로 잡아줘야 마땅하다. 통합의 필요성이나 문제점 등을 정확히 알리고 주민들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단체장의 책무이다. 그런데도 수수방관만하고 있으니 주민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만 키우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사회통합의 리더십은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욱이 경계해야 할 것은 통합문제를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된다. 역사적 판단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함몰된다면 그에 따른 후유증과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도 이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당장 눈 앞의 이해득실만 따질 때가 아니다. 나 뿐 만아니라 내 자녀, 내 후손들도 생각해야 한다.
대기업이 없는 전주권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매년 공무원 시험준비를 위해 수천명씩 주소지를 수도권으로 옮기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 뿐만 아니라 후손 대대로 먹고 살 걱정을 덜 수 있는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다.
현재의 전주·완주 행정구역은 일제 강점기시대의 산물이다. 전주와 완주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천년을 넘게 함께 해왔다. 경제권 문화권 생활권도 원래부터 하나였다. 그러나 1935년 일제에 의해 전주와 완주로 분리된 뒤 남남으로 지내왔다. 지나 온 70여년도 중요하지만 21세기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10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권순택(문화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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