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연(편집부장)
나는 시간이 날때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시간을 내서라도 천변 걷기를 좋아한다.
걸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맑은 공기를 쐬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런데 어느 순간 천변보다는 산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니 탄력있는 다리 만들기에도 좋고, 공기가 더욱 상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요에도 있지 않은가.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이라고.
황방산을 오르며 처음으로 마주치는 것은 묘지다. 동원웨딩선터에서 산에 들어서자 마자 처음 10여기가 눈에 띈다. 조금 더 내딛으면 등산로 좌우에 즐비하고, 사람들한테 짓밟혀 그렇지 않아도 볼품없는 묘지가 더욱 볼썽사납게 된 경우도 있다.
정상이라고 해봤자 1km 겨우 넘으니 시간은 얼마 안걸리만 어림잡아 산꼭대기에 오를 때까지 100여기가 넘는 묘지가 나를 반긴다.
설상가상, 오른 길로 가지 않고 서곡 아파트쪽으로 내려갈 경우 수백여기가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한마디로 전주 황방산은 죽은 사람을 위한 묘지산이다.
묘지난 때문에 어쩔수 없다 해도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황방산이 어찌 씁쓸하다.
외신에 재미있는 기사가 났다. 영국에서는 묘지난 때문에 중고묘지(묘지 리모델링)가 유행이란다. 이층버스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존묘지를 더 깊게 파서 묘지를 2층침대처럼 한 묘에 2기를 쓴 다는 거다. 슬픈 현실이지만 죽어서도 다른사람과 원하지 않는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지난 91년부터 수목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도 이 모양이니 세계가 바야흐로 죽은사람들의 처리 문제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서 나는 묘지난 대안으로 화장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화장이 죽은사람에게도 좋고 후손들에게도 부담이 없으며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시묘살이 ,이건 조선시대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은 설이나 추석에도 시간이 없다고 고향을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여행했을때 일이 생각한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은데 봉분이 왜 없냐고 물어보니 가이드의 말이 중국은 1956년부터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중국 어디에서나 봉분들을 한 무덤은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한해 사망자가 600만명이 넘는 중국이 매장을 허용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전국토의 묘지화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최근 8년간 도내지역의 화장률은 2000년 18.5%에서, 2008년 49.2%로 8년전보다 30%정도 화장률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경에는 화장률이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무적이다.
또 도내 화장시설은 전주, 군산, 익산, 남원 4개소이나 최근 녹색바람에 힘입어 늘릴 계획이란다. 고무적이다. 왜냐하면 우선 고려할 것은 죽은 자가 아닌 산자이기 때문이다.
새만금등 국책사업이나 지역의 현안사업들도 우리세대에만 집중하지 말고 후손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에드벌룬만 띄우지 말고 구체적인 로드맵은 설정해야 한다. 산학연과 연계 알맹이 있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행승어언(行勝於言)이란 말이 이 경우에 가장 적합하겠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말이다.
/황주연(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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