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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명문대 합격' 고교 경쟁 과열 - 이성원

이성원(문화콘텐츠 팀장)

얼마 전 선생님들 몇 분과 시험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20년 이상 된 베테랑 교사들이다. 그분들 말씀이 '수능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참 괜찮은 시험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느끼는 사람보다는 많은 것을 암기한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인 자신들이 풀어도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고, 지문의 뜻을 이해하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한데도 아이들은 금방 술술 풀어간다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를 너무 많이 풀어봤고 암기했기 때문에 굳이 지문을 읽지 않아도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해서 푸는 문제가 아니라 외워서 푸는 문제. 이런 시험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지 의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결과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요즘 일선 고등학교에서 적잖은 소식이 들려온다. 좋은 소식(?) 뿐이다. 그중에서는 단연 서울대 몇 명 갔다는 것이 제일 윗자리를 차지한다. 언론에 홍보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지 못한 반대쪽에서는 죄인처럼 풀이 죽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반된 행동의 근원지는 다르지 않다. 작년에 홍보에 열을 올렸던 학교가 올해 성적이 나쁘면 쉬쉬한다. 올해 풀죽어 있던 학교가 내년에는 큰소리 뻥뻥 치면서 나올 수도 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경박한 것 아닌가 언짢을때도 있다.

 

국민의정부(1998~2003) 시절에 교과부와 지역단위 교육담당 기자들이 결의한게 있다. 고교별 과열경쟁을 부추킬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을 무한의 입시지옥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으로 참여정부(2003~2008)까지도 대체적으로 지켜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세상이 됐다. 학교공시제도가 도입되고, 한쪽에서부터 학교별 성적발표 광풍이 몰아치더니 이제는 학교간 경쟁 부추키기가 일상화됐다.

 

지역간 학교간 학력격차를 덮어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성적차를 공개한다면 그에 대한 대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서울대 몇명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바른 입으로는 개인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곁눈길로는 서울대만 바라보는 것은 너무 통속적이다.

 

사실 서울대 입학은 사회경제적인 격차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강남의 학교에서는 1년에 몇십명씩 보내는데 농촌의 군지역에서는 몇년에 한 명 보내기에도 급급한 곳이 많다. 농촌 출신은 아무리 뛰어나도 강남 귀족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기회균형입학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턱없는 이야기다. 서울대가 '홍보'하는 기회균형입학생은 모래알처럼 많은 농촌학생중 한명에 불과하다. 선택받은 사람과 선택받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도 의문이다. 진정으로 강남과 농촌의 기회균형을 생각한다면 '홍보물'로 생색낼게 아니라 농촌에는 가산점을, 강남에는 감점을 줘야 한다.

 

/이성원(문화콘텐츠 팀장)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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