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지방팀장)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대학에 다니던 시절. 학생운동에 나서다 붙잡여 사법 당국의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는 친구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사법 당국자들의 언어 수준이 시정잡배들의 상소리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척 충격을 받았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2010년. 되돌아 보면 세상사 무척 많이 변했다. 어느 한구석 상전벽해라는 단어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숱한 세월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랄 뿐이다. 최근 들어 연이어 까발려지는 법조계의 막말들. 39세의 판사가 아버지뻘인 69세의 원고에게 법정에서 "버릇없다"고 내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에 찬 여론이 들끊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의 '인권상담 사례집'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판사 검사들의 막말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그들은 무슨 권한으로 "뒈져라" "이 xx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네 놈이 아주 건방지구나"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등 갈 데까지 간 언어를 사용한단 말인가.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지도 모르고 이같은 수준의 언어를 내뱉는 법조인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들 법조인들의 언어 폭력은 어떤 면에서 참 비굴하기 짝이 없다. 막말의 대상자들은 모두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빠진 약자들이다. 심리적으로 미약한 상태인 국민에게 재판권과 수사권이란 칼자루를 휘두르며 교만을 부리고 폭언을 내뱉는 행위는 어떤 논리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어쩌다 법조계에 이런 오만방자한 무리들이 멸종되지 않고 맥을 이어왔을까. 이유와 원인이 한 두 가지뿐이겠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법조계의'영감님'문화이다. 예전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법조인들에 대한 예우로 나이를 불문하고 '영감님'이라는 호칭이 널리 사용되었다. 아직도 이 잘못된 문화를 과거가 아닌 현재로 받아들이는 법조인들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또 젊은 시절 한때의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법조인을 임용하는 시스템도 문제일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남을 제치고 오른 자리이기 때문에 주변인인에 대한 배려심이나 양보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재판이란 사람이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원천적인 모순이란 함정을 갖고 있다. 이러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어쩌면 사회의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물론 법조인들에게 완벽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균적인 국민보다는 인성이나 도덕성, 판단력이 월등히 앞서야 한다.
이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법조인들의 인성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 나서야 할 때이다. 우선 급한 대로 법정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수사권 남용을 위한 조사과정의 투명성도 급하다. 몇 년 전 법원이 자체적으로 법정을 모니터링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일회성으로 그치면 시늉내기를 통한 급한 불끄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법조계는 법조계 나름대로 법조인들의 선발 방식의 개선과 함께 기존 인력의 재교육을 고민하고, 내부로부터의 자정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주의가 고도화하고 사회가 다원화된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특권층의 특권 의식이나 특권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김경모(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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