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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한국사람과 똑같이만 대해주게 - 황주연

황주연(편집부장)

2005년 황병국 감독의 '나의 결혼 원정기'는 순박한 시골노총각들의 우즈베키스탄 맞선여행을 그린 영화다.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듯 결혼못하는 농촌총각의 비애를 다룬 이 영화의 반향은 컸다.

 

영화 상영 후 경북 예천군이 전국 자치단체중 처음으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에 팔을 걷었다. 사업취지는 좋았다. 급감하는 농촌인구를 늘리고 농촌총각들의 결혼지원을 통해 후계농업인의 생활안정과 농촌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있는 도내 자치단체들도 예천을 벤치마킹 했다.

 

정읍시결혼상담소는 개설이후 작년 3월까지 14쌍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진안 무주군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후관리다. 결혼 후 3개월~1년간 형식적인 적응및 지원교육, 생활 편의, 육아, 보건등 거창한 구호만 내걸었지 실질적 지원은 미흡했다.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며칠전 전북에 외국인 2만명 시대가 열렸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사는 이주여성이나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업신여기고, 우리가 꺼리는 어렵고, 위험한 일은 대신 해주는 동남아 노동자에 대해 신분상 허점을 노려 이용하려고만 하지는 않았는지.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도 흔히 접하고, 교역 규모도 엄청나게 큰데, '글로벌 노매드(global nomad)'란 말이 익숙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국경 없는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외국인들을 그냥 '사람'으로 대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국민들이 외국에 나가 이주노동자로서 차별받으며 일했던 것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닌데,우리는 왜 외국인들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거나 이용하려고만 하는 걸까.

 

여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제화 지수는 매우 낮다. 나라 전체로도 그렇고 대학이나 기업등 분야를 나누어 평가해도 그렇다. 영어를 잘하면 지수가 올라갈까, 제도나 시스템을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꾸면 지수가 높아질까? 외국인을 상종못할 이방인이 아닌 지구촌 동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제화 지수는 절로 향상되는 게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2.2%이며, 전북만 놓고보면 1.5%에 달한다. 이변이 없는 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전북에 살고있는 외국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문화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이주여성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는등 한국어와 문화교육에 머물렀던 단계에서 나아가 인권과 다문화 이해 확대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또 외국인근로자나 유학생에 대해서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할 것이다.

 

며칠 후면 민족 최대명절인 설이다.

 

설에 외국에 계신 친정어머니를 그리는 이주여성들과, 집에 두고온 아내를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따뜻한 상을 차려주는 것은 어떨지.

 

딸을 공항에서 보내며 한국사위에게 우즈베키스탄 장인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부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한국사람하고 똑같이만 대해주게."

 

/황주연(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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