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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안단테와 프레스토 사이 - 황주연

황주연(편집부장)

대한민국이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둔 밴쿠버 동계올림픽 필름을 되돌려보니 두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하나는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 결승지점을 코 앞에 두고 우리선수들끼리 충돌 은메달 동메달을 날렸다. 스포츠에서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우리선수끼리, 그것도 공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욕심을 부린 것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경기 시상식 장면이다.

 

금메달을 딴 우리의 영웅 이승훈을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서양 선수들이 무등을 태운 것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동양 선수를 축하해주고 자기들도 무척 즐거운 표정이였다.

 

전자는 1등 지상주의가 빚은 비극이요, 후자는 스포츠에서 승리 못지않게 경기를 즐기며 승자를 배려하는 여유다.

 

우리국민은 경제는 선진국인데 아직도 사회 곳곳에 후진적 요소가 많다. 타협이나 배려의 문화가 부족하다.

 

운전만 봐도 그렇다. 앞지르기, 끼어들기 일쑤고 과속을 밥먹듯 한다.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었다고 바로 나갔다가 차와 부딪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한 번씩은 했을 것이다. 지금도 노란 신호등을 '주의하시오'가 아니라 '요령껏 가도 됩니다'로 생각하는 기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승객으로 택시에 탔을 때는 180도 달라진다. 노란불이 들어왔는데 기사분이 속도를 줄이는 기미가 보이면 왠지 속이 타고, 옆 차선이 비어 있는데도 옮기지 않고 천천히 길을 갈 때는 열 받는다.

 

내가 택시 밖에 있을때는 작은 법규위반에도 욕을 해대던 행태인데 차 안에 있을 때는 나를 위해 법을 어겨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심정이 된다더니 이런 경우다.

 

많은 기사가 준법운전을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승객들의 조바심, 본전 욕심 때문인 것 같다. 돈을 들여 택시를 탔으니 이용하는 순간 최대한의 효용을 얻으려는 것은 타당한 경제본능이기는 하다.

 

그러나 오직 나의 편리함만 생각하면 문제가 있다.

 

안에 있을 때는 밖에 있는 누군가는 내가 운전할 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쾌함과 위험을 경험할 것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러니 교통법규는 날로 엄격해지고, 대중교통 수단들은 과속을 일삼게 되는 양극화가 심해진다.

 

택시를 둘러싼 두 개의 시선은 결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서로가 상황에 따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 서있는 데서 어떻게든 최대의 이득을 얻으려고 일방적인 주장을 할 뿐이다. 그 격차를 줄이는 길은 안에 있을 때 밖의 사람을, 밖에 있을때는 안에 있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는 노력에서 시작한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마음가짐, 건널목을 건너고 운전을 할 때 양보하는 마음 말이다.

 

선진 국민의 요건이 어디 한둘이고,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먼저 조급증 버리기부터 실천해보자.

 

횡단보도의 파란불 길이를 길게 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의 점멸등이 일본에 비해 2배정도 빠르게 바뀐다고 한다.

 

한국 국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급한 성격으로 길들여지는 것은 이런 신호등 장치에도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황주연(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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