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경제생활팀장)
전주는 인구 65만 명의 중급 도시다. 지난 20여년간 60만 명 선에서 정체돼 왔던 인구다. 일찌감치 광역시 대열에 들어선 광주와 대전 인구가 130∼140만명 규모이니, 인구는 물론 경제 규모 등 상대적으로 왜소한 전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는 미래 100만 도시를 꿈꾸고 있다. 행정·교육·문화도시를 고수하면서 탄소산업과 나노인쇄전자 등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완주와 통합하면 100만 도시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완주산업단지와 전주과학산업단지가 완전 가동상태이고, 호남고속도로와 익산∼장수∼통영 고속도로는 물론 포항∼새만금과 전주∼광양 등 사통팔달 도로망은 전주·완주의 미래를 밝게 한다.
그러면 지금 전주는 어떤 상황인가. 큰 미래 전주를 그리고 있는가.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전주시는 최근 서부신시가지와 송천동을 직통으로 잇는 사업을 마무리했다. 2년전 서곡교 옆 홍산교 개통과 지난해 말 가련산길 개통이 그것이다. 홍산교는 일부 신호등 통제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서곡지구와 서부신시가지를 오가는 시민들의 교통을 크게 개선시켰다. 가련산길의 경우 가련산 일부를 절개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송천동과 서부신시가지를 직선으로 잇는 장점 때문에 호평 받았다. 사실 송천동에서 가련산길을 타고 하가지구, 서곡교, 홍산교를 거쳐 도청까지 연동된 신호를 받을 경우 5∼10분이면 가능하다. 단, 차량 통행이 적은 상태에서 운까지 좋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딴 판이다. 평상시에도 통행량이 많지만, 아침과 저녁 러시아워가 되면 이 도로의 정체는 너무 심각하다.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가련산길을 넘어가면 하가지구부터 정체가 시작된다. 군산과 익산, 삼례와 봉동, 송천동 방면에서 몰려든 차량들이 교차로에서 엉기고 신호를 4∼5회 정도 받아야 홍산교를 넘어갈 수 있다. 전주시가 직통도로 개설에만 우선 신경을 썼지 교통량은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개통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산 부족도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교통량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도로는 이곳 뿐만이 아니다. 전주 진북터널에서 본병원앞을 지나 전북지방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유연로의 경우 교통지옥이나 다름없다. 이 길은 전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도로이고, 김제, 부안 및 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와 이어지면서 엄청난 교통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2개 도로의 교통난은 서부신시가지가 완전 가동될 경우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연로와 홍산교, 가련산길 모두 신시가지 계획도로이다. 수십년전 개발시대에 조성된 구도심 도로가 아니다. 전주시가 충분히 미래 전주의 그림을 예측하고 조성한 계획도로가 이 모양이니 참 한심한 일이다. 수년 후 전주시가 꿈꾸는 100만 광역도시가 됐을 때 이들 도로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교통량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최근 전주시는 서곡교 일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리 밑 하천부지를 통과하는 '언더패스'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시민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원앙과 수달, 쉬리가 서식하는 하천변에 웬 언더패스냐는 것이다. 이곳을 생태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얼마전 대전에 갔다가 택시를 탔다. 8차선 둔산대로가 정체다. 전주 서부신시가지 대부분의 대로는 왕복 4∼6차선에 불과하다. 몇년 후 전주에서는 도심'업패스' 도로를 개설해야 하느냐 마냐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경제생활팀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