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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차선 아니면 차악이라도 - 이성원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강자만 살아남는 세상, 한 줄로 세우기, 평가 지상주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디 교육만이 그러랴. 따지고 보면 선거도 마찬가지다. 아니 선거야 말로 가장 심하다.

 

6.2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후보자들은 지금까지 비축해온 모든 힘과 역량을 13일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 쏟아 부을 것이다. 선거운동이 극히 제한된 예비후보 기간동안에도 장미꽃을 들고, 빗속에 우산을 받쳐들고, 지나가는 차량을 붙들고 명함을 나눠주고, 출근길 아침인사를 하며 자신을 내세우기에 여념없던 후보들이다. 후보들 뿐이랴. 자율형사립고와 논문표절 의혹 등을 둘러싸고 여러 단체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냈다. 공개적인 특정후보 지지선언도 잇따랐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은 아직도 냉담하다. 후보자가 무엇을 주장하든, 어떻게 움직이든 별로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선거때 다르고 당선뒤 다르고,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도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워낙 남발되고 있는데다, 조사의 주체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심하다. 후보자에 대해 어떤 직함을 사용하느냐, 후보자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여론조사의 기본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여론조사들이 오히려 판을 치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후보자들에게는 민감하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외면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어떤 사람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선거까지 신경써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또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한다.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니 어지럽기도 하고, 후보자간 차별성도 알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차 선거와 담을 쌓는다. 후보자와 유권자는 분리되고 결국 후보자들끼리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앞으로 유세차량과 스피커와 사람들이 동원되면 당분간은 적잖이 시끄럽고 복잡할 것이다. 후보자만도 700명에 가깝고 운동원까지 치면 수 천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정신없을 것이다.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되돌아 생각해보자. 사기꾼 같은 사람이 우리의 단체장이 되고 대표가 돼도 정말 괜찮을까?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사람이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을까? 속이 텅빈 겉멋쟁이가 우리 사회를 이끌 수 있을까?

 

기계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한다. 세상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고 판단하고 투표해야 한다. 일등을 하지 못하고 탈락한 후보, 강자가 되지 못하고 약자에 그친 후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탈락한 후보를 나중에서야 그리워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도 좋다. 차선이 아니라도 좋다. 차악이라면 어떠하랴. 최악보다는 낫지 않으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꼭 투표하자.

 

/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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