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군산본부장)
협약(協約)식이란 행사가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치단체마다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업체와의 투자 협약식이 특히 눈에 띈다.
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그럴듯한 기업체들이 입주라도 하면 자치단체마다 이들과 투자 협약식을 갖느라 분주하다.
자치단체장과 기업체 관계자들이 행사과정에서 나오는 사진을 찍고 이를 홍보, 자치단체장이 마치 행정의 노력으로 투자를 유치한 열매를 맺은 것처럼 대내외에 과시하는 등 투자 협약식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협약이란 게 무엇인가.
협(協)이란 뜻은 '화합할'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약(約)이란 '맺을' 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미래'의 어느 사안에 대해 상호간 약속하는 것이 협약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 '사안에 대해 협약을 맺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어느 업체와 미래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맺는 투자협약식의 경우 협약이란 단어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체들과 맺는 투자 협약식은 이미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입주 및 분양계약을 완료한 상태에서 맺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협약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 그런데도 이 같은 웃지 못할 상황이 도내 대다수의 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당 기업체들로부터 불만 섞인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우리가 자치단체의 홍보용 들러리인가','투자 협약식에 참석을 안 하자니 행정의 눈치도 아니 볼 수도 없고..','바쁜 기업인들로 하여금 형식적인 행사에 시간을 낭비케 하고...'등등.
이미 입주계약을 마친 기업들과는 투자 협약식은 의미가 없다.
어느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마치 행정에서 기업의 애로를 많이 해결해 줄 것같이 투자 협약식을 갖고 사실은 그렇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입주 및 분양계약을 맺은 기업들은 이미 투자계획을 수립해 공장착공과 준공 및 가동 등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 기업에게 절실한 것은 투자 협약식이 아닌 공장착공에서 가동에 들어가기까지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행정적인 서비스다.
그런 만큼 입주기업이 원활한 가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인허가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항상 자문해주고 해결하는 원스톱 행정지원을 위한 입주기업 행정지원 협약식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자치단체는 무분별한 투자 협약식을 가져 불평과 불만을 사지 말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 향후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는 협약식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단어의 의미에도 맞지 않는 투자 협약식을 갖는 정치적인 행정쇼는 그만하는 게 어떨까.
무심코 하는 투자 협약식이지만 해당 기업체들에게 이런 저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자치단체의 형식적인 홍보전략용 투자 협약식이 아닌 기업체들에게 실질적인 협약식이 요구된다.
행정은 '권력'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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