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지방부장)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도덕성과 청렴성에 용납할 수 없는 하자가 드러나면서 성난 민심에 잇따라 낙마했다. 외형적인 모양은 자진 사퇴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분명 공직기준 탈락이다. 또 일부 후보자는 기본적 소양 부족,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등 의혹에도 공직에 임명되었다는 주장과 함께 심상찮은 민심의 기류가 일면서 현 정부의 후반부가 험날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고위 공직자 검증은 개각 때마다 셀 수 없이 반복과 반복을 거듭한 양상과 한치 다름 없는 재탕 삼탕이다. 김영삼 정부 때는 첫 조각부터 부동산 투기, 자녀 편법입학 등으로 3명의 장관이 물러났고, 1993년 도입된 공직자 재산공개 때는 국회의원과 행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함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의 최우선 검증 기준은 무엇일까. 이론의 여지 없이 도덕성과 청렴성일 것이다. 두번째 기준이 무엇인지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동안 낙마한 후보자들은 모두 이 검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인물들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의 최고 공직자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국가의 특수성과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실력(Competence), 인격(Character), 헌신(Commitment)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이른바 머릿글자를 따서 3C라 부른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들 국가에선 꼭 순번을 매길 수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실력을 먼저 꼽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격은 기본적인 조건이란 인식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이번 개각 파동을 비롯, 낙마한 첫번째 이유가 도덕성과 청렴성이다. 이는 미국의 선정기준으로 볼 때 인격 기준에 포함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공직 후보가 인격이라는 항목에서 치명상을 입으며 탈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공직에 대한 능력은 아예 거론할 여지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일련의 낙마 사건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도덕성과 청렴성이라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조건이 사회의 기반을 이루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기준에 따라 공직의 문턱에서 좌절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3년 프랑스 피에르 베레고브와 총리가 1억원을 무이자로 대출 받았다는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류 사건이 아니고, 부차적인 사건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은 고위 공직자가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고, 능력은 충분조건이 아닐까. 국가에 대한 충성도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이다.
도덕성이란 기본 조건에서 탈락하는 인사가 잇따르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력풀이 빈약해 누구를 뽑아도 그 인물이 그 인물일 수밖에 없는지, 아니면 임명권자의 통치 철학에 문제가 있어 도덕적 흠결을 가진 인사가 계속 발탁되는지, 아니면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프로그램 문제인지 답답할 뿐이다.
공직자의 능력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이지는 인사청문회 광경을 국민들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아직은 까마득해 보인다.
/ 김경모(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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