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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교육문제와 법

이성원(문화콘텐츠 팀장)

교육에서 수월성과 평등성은 어느 것이 우선해야 하는가?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그러나 상반된 힘이 교육현장에서 동시에 존중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진보진영은 평등성, 보수성향은 수월성을 저마다 강조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 문제도 그 핵심에는 평등성과 수월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평등성과 보편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자율고에 반대하고 수월성을 내세우는 측에서는 필요성을 주장한다. 얼핏보면 수월성 교육은 인재육성-지역발전-국가발전으로 이어지고, 평등성은 평준화-성적하락-지역낙후와 연관된 것처럼 보인다. 지역발전과 환경보존이라는 낯익은 도식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 지역의 (경제적) 낙후성과 결합돼 수월성과 개발의 가치가 평등과 환경보존 보다 존중되는 듯한 인상도 짙다.

 

그러나 자율고·특목고와 수월성 교육의 상관성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검증된 것이 없다. 자율고를 지지하는 쪽에서 보면 유감스럽고 당혹스럽겠지만 사실이다. 굳이 자료를 들추자면 특목고가 있는 지역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없는 지역보다 높더라, 특목고 학생들의 성적이 일반고에 비해 훨씬 높더라 정도이다.

 

이는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중학생때 공부를 잘했던 아이가 고등학생때도 잘할 가능성은 높다. 중학교때 운동 잘했던 학생이 고등학교때도 잘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상식이다. 특목고와 일반고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학교가 잘하고 잘못해서라기 보다는 신입생들이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속성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목고와 수월성 교육의 상관성을 주장하려면 중학교때 성적과 사회경제적 환경이 비슷했던 학생들이 특목고와 일반고에 각각 진학한 뒤 성적의 차이가 발생하는지,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끼리 모아놓으면 더 잘하리라는 생각은 막연한 환상이다. 오히려 우수집단 사이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며 절망감을 느끼고 자포자기 하는 학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교육강국인 핀란드는 평등교육이 수준별 수업에 비해 성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율고와 일란성 쌍둥이인 자립형사립고 시범운영에 대한 그동안의 각종 보고서도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더 많이 지적하고 있다. 자율고를 보는 도내 교육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자율고를 무리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평준화 정책에 대한 균형추로서 자율고의 역할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준화 고교에도 수준별 수업 등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들이 이미 마련돼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무거운 균형추는 원래의 순기능을 파괴할 수 있다.

 

어쨌든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겠지만 교육문제는 법보다는 교육적인 시각에서 풀어야 한다. 재판부가 아무리 고뇌하고 심사숙고 한다고 하더라도 교육에서는 국외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새만금 소송 항소심 재판장의 말을 인용해 본다.

 

"법원은 공유수면매립면허 등이 적법하게 이뤄졌는가의 문제는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어느 쪽으로 끌고 가는가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 이성원(문화콘텐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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