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사회부장)
벌써 85일째다. 버스파업을 놓고 그동안 노사 대화를 비롯해 행정과 정치권, 시민단체의 압박과 중재가 있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사태가 이처럼 장기화된 배경에는 '버스파업 무대'에서 보여주는 노와 사, 그리고 정치권과 행정의 속 보이는 쇼가 한몫한다.
#장면 1. 지난 달 23일 전주시의회가 주최한 버스파업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민 토론회장. 이 자리에서 한 변호사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회사측 토론자는 사전에 그 같은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뒤 중재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토론자는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보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니 회사대표들과 논의한 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어야 옳았다.
진실은 이렇다. 이 토론자는 이미 회사측과 사전 논의를 끝냈다. 토론회 직전에 불참 의사를 밝혔던 게 그 증거다. 이미 중재안 내용을 파악하고 아예 자리를 피하려 했던 것이다. 사측의 거짓이 들통난 순간이다.
#장면 2. 토론회 다음 날인 24일 민노총은 기자회견을 자청,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법원에서 자신들을 교섭당사자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물었다. '법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불법행위를 왜 하느냐'고. 그러자 민노총 관계자는 "지도부는 불법행위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고 이를 어기는 조합원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징계자가 있었느냐'고 재차 묻자 "아직까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지난주까지 각종 불법행위를 벌인 민노총 조합원 2명을 구속하고 190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17명을 수사 중이다.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장면 3. 같은 날 '사회적 중재안'에 대해 민주당 전북도당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민주당은 사측의 중재안 거부를 비난하며 '사회적 합의안'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용어부터 잘못됐다. '중재안'이지 '합의안'이 아니다. '중재안'은 조율과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합의안'은 예스 아니면 노다. 민주당이 얼마나 파업에 무관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놓고 '추운 겨울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참아준 시민들의 고통스런 현재 상황을 매듭지어주기 바란다'고 시민을 들먹인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장면 4. 김완주 지사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버스회사가 개학 전까지 시내버스 운행률을 80%까지 못 올리면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버스회사 움직임이 시원찮았다. 이어 '도지사가 버스회사 편'이라는 '억울한 질타'가 이어졌다. 여론도 악화됐다. 그러자 김 지사는 28일 회사대표 7명을 지사실로 불렀다. 취재진이 몰렸다. 김 지사는 '무조건 운행률 80%를 맞추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행정부지사는 회사대표들에게 '김 지사가 파업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럼 지사가 스트레스 풀려고 회사대표를 불렀단 말인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얽히고설킨 버스운행 정상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바로 노사가 합의해 파업을 푸는 일이다. 그러면 운행률은 100%다. 하지만 노와 사, 정당과 행정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버스파업 무대'에서 변죽만 울리는 쇼를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신학기가 시작됐다. 파업 해법 찾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 김성중(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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