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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되살아난 밀실야합의 망령

김준호 정치부장

야합(野合)의 사전적 풀이는'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림'이다.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이 말은 과거 1970·80년대에 자주 등장했던 용어로, 공정한 게임 보다는 권모술수나 밀실협상 등의 뒷거래가 난무했던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은 구시대적 유물이 됐지만, 당시 정치판에서는 꽤나 성행했다.

 

그런던 용어가 망령처럼 되살아났다. 그 것도 지역의 살림을 책임질 단체장을 선출하는 2011년도 지방선거판에서 말이다.

 

남원시장 재선거에서 후보간에 시장자리와 국회의원 자리를 나눠갖기로 합의했다는 이면 합의각서가 공개됐고, 순창군수 선거에서는'인사권 등 군수 권한의 3분의 1을 주겠다'며 예비후보자를 매수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가 충격적인 사건들로, 설마하며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유권자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순창군수 선거에서 예비후보자 매수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나눈 대화내용은 기가 찰 정도이다. 녹취록에 담긴 이들의 대화는 거침이 없었고, 군수권한이 마치 자신들의 것인냥 거리낌 없이 흥정을 했다.

 

전형적인 밀실야합으로, 유권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처럼 말도 되지 않은 뒷거래를 서슴없이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에게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또한 이들에게 인물이나 정책선거 등 정정당당한 선거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론 그럴러면 왜 선거에 출마해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한표를 부탁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내부자 고발이나 당사자의 공개로 드러난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권자들은 두눈 벌겋게 뜬 채 그대로 당할 뻔 했다. 아니, 이들은 대화내용이나 행태를 보면 과거 언젠가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 중앙정치 무대는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를 꺾고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기존 정당의 붕괴'라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층 높아진 유권자의 정치의식은 타성에 젖어 있는 기성 정당체제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아직도 과거 정치 패러다임에 물들었던 정치인들의 야합과 결탁 등 시대착오적인 선거행태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앞으로 지방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 같아 더욱 부끄럽다.

 

이같은 상황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몇몇 구시대적 정치인들이 지방정치판을 흐려 놓고 있는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모든 책임은 구성원들에게 있다. 구성원들의 선택이 지역 정치토양을 제공했고, 그 속에서 현재의 정치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는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과거의 잘못된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판을 짤 것인지, 아니면 과거로 회귀할 것인지는 오직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오는 10월 26일 재보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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