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넋두리(?) 좀 들어달라는 요청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간 소원했던차에 걸려온 전화여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서 급하게 술잔이 오가더니 금새 취기가 오른 그는 얘기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서울 유명대학에 합격한 아들의 거취를 위해 의기양양하게 서울 방 구하기에 나섰는데 너무도 비싼 대학가의 월세나 하숙비에 말문이 막혔다며 일단 긴 한숨부터 내 쉬었다.
어쩔수없이 변두리 지역의 허름한 고시원에 아들을 두고 내려 오는데 변변한 방 한칸 장만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생고생하게 될 자식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한편으론 너무 안쓰러웠다며 갑자기 굵디굵은 눈물을 훔쳤다.
"자네 우나?""울기는......"
연신 헛 웃음을 웃어보이는 한 50대 아버지의 이슬맺힌 사연과 한숨소리는 어둠이 내려 앉을때까지 계속됐다.
평소 언행에 신중한 그 였지만 얼큰한 취기탓인지 뼈있는 말도 거침없이 내 뱉었다. 서울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면서 느낀 소감인데 자신과 아들이 익산 출신이란게 그처럼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는 등 취중 진담(?)을 마구 쏟아냈다.
재정자립도가 익산보다 훨씬 형편없는 전국 상당수 자치단체 조차 고향 출신 서울 거주 대학생들을 위해 너도나도 서울 장학숙 건립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익산은 도대체 지금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평·불만을 연신 토로해 냈다.
말만 번지르한 '인재육성도시 익산'이 아니라 시민들의 가려움을 찾아 긁어주는 실질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한것 아니냐고 쉼없이 따져 물었다.
익산시가 세금 감면과 막대한 보조금을 퍼부어 수십개 기업을 유치했다고 하지만 입주기업 직원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자녀와 부인은 서울에 남긴채 돈을 벌어 보내주는 기러기 아빠, 즉 주말부부가 대다수임을 지적하는 그의 취중진담에는 차라리 이런 혈세로 하루빨리 서울장학숙 건립에 나서는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간절함과 바람이 뭍어 있었다.
사실 요즘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전국 자치단체들의 '장학숙'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광역단체들이 향토인재 육성 차원에서 서울에 장학숙을 건립했으나 최근에는 기초단체들까지 가세해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역 출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기숙사가 바로 장학숙인데 이 곳은 시설과 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이용료(월 15만원 안팎)가 하숙비보다 훨씬 저렴해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각 지자체의 장학숙이야말로 명실공히 향토인재를 배출하는 전당이자 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도내 일선 지차제들도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앞다퉈 장학숙 건립에 나서고 있다. 고창군이 지난달 28일 예산 28억여원을 투입해 장학숙을 개관한데 이어 정읍시는 오는 2014년 완공 예정으로 장학숙 건립에 나서고 있다.
남원시도 애향장학숙 건립을 위해 지난 2009년 33억원을 들여 토지 966㎡를 이미 매입했다고 한다.
익산지역 출신 서울 거주 대학생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때 그 심정이 어떨까.그 어떤 누가 그들에게 익산 출신으로서 자긍심과 애향심을 갖고 훗날 우수한 인재로 성장해 지역발전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달라고 떳떳하게 요구할수 있는지 그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익산 부모님들이 서울로 유학(?)간 자식들로 인해 뼈가 사무친 설움을 토해내지 않도록 익산장학숙 건립에 대해 시민 모두가 함께 나서 깊게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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