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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頂點) - 김용옥

▲ 김용옥

그는 변화하고 싶다. 어느 정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정점에선 오래 머물 수 없다. 내려가는 길만이 살길이다. 욕망의 덫에 두뇌가 결박당한 채 갇혀 날마다 더 높이, 더 직선으로, 더 빽빽이, 칼로도 베어지지 않는, 쇠망치로도 부서지지 않는, 한 조각 한 조각 욕망으로 빚은 고층건물의 거리에 갇혀 그가 지나간다. 미로를 돌고 도는, 기어도 기어도 거기서 거기를 맴도는 벌레 같다, 지금, 그는.

 

일찍이 사람은 갇히기를 욕망했다. 자연을 버리고 집에 갇히기 시작한 후 현대인은 현대문명을 엄청나게 열애하여, 결국 공간분할의 시멘트벽에 갇히고 철골콘크리트에 갇혔다. 걷기를 버린 후 자동차에 갇히고 철마에 갇히고 비행기와 철선에 갇혔다. 더 빨리 더 깊이 더 높이 갇히며 스스로 갇히는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날마다 갇혀 사는 그는, 날마다 자유를 찾듯이, 직선의 고층아파트의 문을 열고 외출한다. 자유를 그리워하듯이, 자동차와 지하전동차나 고속열차에 갇혀 혹은 비행기나 철선에 갇혀 공간과 시간을 횡단한다. 해와 달과 상관없이 기계로 시간을 인식하고, 물과 바람과 상관없이 돈으로 정화되는 숨을 쉰다. 도무지 갇히지 않아 비참한 건 그의 육체. 육체는 자연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육체의 두 손과 두 발로 걸어야 하고 일해야 하는 동물 혹은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대지의 소산인 식물과 동물을 입으로 먹어야 사는 동물 혹은 사람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한 먹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못한다. 화학 알약 한 알 먹고 기계로 대신 배변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기계 한 접시 삼키고 기계똥 누면 얼마나 편리할까만.

 

그는 변화하고 싶다. 문명의 덫에 갇혀 발버둥치던 그가 점점 욕망의 돈벌레가 되었다. 문명을 소유하려는 욕망 때문에. 처음엔 욕망의 두 손과 두 발이더니 점점점점 욕망의 손발이 갈퀴처럼 늘어나 지네발이 되어 지네로 변신했다. 더 박박 기는, 더 은밀한 구멍에 숨는, 건드리면 재빨리 독을 뿜는 독충이 되었다.

 

독충이 먹는 건 무엇이나 독(毒) 원료. 먹는 대로 제 목숨에 독을 품는다. 독충은 더 호화 찬란하게 치장된 색을 입는다. 독충의 공간은 아무나의 눈에 띄지 않게, 단단하게 갇힌 공간이다. 독충은 더 이상 사람들의 공간에서 살지 못한다. 위대하기를 바라지만 독충은 결국 독충일 뿐이다.

 

그는 변화하고 싶다. 이 새로운 바벨탑의 도시를 이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가 속한 곳에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떠나고, 노무현 16대 대통령이 떠나고, 법정스님이 이 도시를, 이 지구를 떠났다.

 

그리고, 그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우리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머리와 손 사이엔 가슴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 혹은 인간의 진리를, 오래도록 생각한다. 그는 변화하고 싶다.

 

* 수필가 김용옥씨는 월간'시문학'으로 등단, 시와 수필을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누구의 밥숟가락이냐' 외 3권, 수필집'생각 한 잔 드시지요' 외 4권, 화시집'빛·마하·생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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