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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구속 - 이정숙

▲ 이정숙

나를 가둔다. 최대한 생활을 좁혀 감옥을 만든다. 마음 안에 수인번호도 붙여주었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방편이다. 이는 무조건 내달리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잠시 내가 가야 할 뚜렷한 목적지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마음 같아서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갇힌 생활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하기는 어려울듯하여 단 며칠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즐기던 사우나도 단절하고 아침 산책을 외출의 전부로 한다.

 

파도에 휩쓸리듯 지내온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물 흐르는 대로 편하게 살자 생각하며 나에게 다가오는 일들을 무조건 즐기며 오케이를 했고, 나 스스로도 건수를 만들어 거기에 보탰다. 그로 인해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나한테도 적용이 되는 듯 늘 피곤했다. 세상사 더불어 사는 것. 어찌 보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일이 주어진다는 것은 행복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뭔가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쥐어짰다. 더러는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그것을 탓하는 것은 복에 겨워서 하는 짓이라고 나무랬다.

 

부산을 떨면서 바쁘게 사는 것에 위안을 얻으며 그런 시간들을 즐겼는데, 웬 일인지 군중속의 고독이랄까 오히려 스스로가 더 쓸쓸하게 느껴지고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졌다. 사람은 변화를 추구하는 동물이라던가, 그래서 반복되는 삶이 지루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산책을 할 때도 가던 길로 다시 되돌아오기가 싫다. 조금 멀거나 가파르더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 낯섦을 즐긴다. 요즈음은 그 밥에 그 반찬보다는 때로는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사다. 안일한 일상에 저항하여 맺고 끊는 결단이 필요해 홀로 쓸쓸하기로 마음먹는다.

 

바쁜 생활은 나를 가두어놓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게 방해한다. 사람과의 접촉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를 만날 시간이 없어 내 생활은 붕 떠있다. 바쁘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을뿐더러 성격이 거칠어지고, 뭐든 즉흥적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린 듯. 마냥 급하게 쫓기며 살게 되었다.

 

그러니까 언제부터인가 진솔한 사유의 필요성이 느껴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혼자 있는 것은 나와 함께 있는 것, 나는 나 자신을 회피할 수 없고 내 자신의 질문에 응답해야만 한다.'고 사유의 중요성을 말했다. 근원적 물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간절히 묻고 또 묻고, 오랜 시간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앞으로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지?'의 해답을 구해본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불러들인다. 부드러운 남실바람이다.

 

움직이지 않고, 떠들지 않고, 사람 만나지 않고 지내는 지금 나는 한층 더 자유롭다. 슬픔에의 침잠이 아니라 스스로 가둔 감옥 속에서 생의 안온함과 희망을 본다. 자유로운 구속이다. 자발적인 고독이 때론 풍요롭고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겠다.

 

밖에 나가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전환된다는 것을 알긴 한데 이젠 그냥 귀찮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단기적인 회피는 보약이 되기도 하는가 보다.

 

아, 오늘도 나 혼자 춤추고 노는 날이다. 탱탱한 무언가가 차오른다.

 

※ 수필가 이정숙씨는 2001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지금은 노랑신호등' 수필집을 냈다. 온글문학회 초대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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