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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의 눈물

▲ 양 영 아
경각산이 구름옷을 허리에 걸쳤다. 창문으로 찬바람이 으스스 한기를 몰아 드는 것이 겨울이 오려나 보다. 하늘빛이 파랗고 한가로이 떠 있는 뭉게구름은 오늘 부안 나들이를 하는 우리 부부처럼 여유롭다.

 

오랜만에 찾은 채석강은 여전히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 같은 층층이 그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싱싱한 전어들은 우리를 위해 횟감이 되어 솔숲이 우거진 고사포 해수욕장까지 따라왔다. 전어 회와 함께 못 먹는 소주를 반 잔이나 곁들이니 애주가가 따로 없었다. 가을 하늘은 하얀 구름의 재롱에 외롭지 않고, 내 시야 가득한 바다는 갈매기들과 함께 파도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에 있는 청자박물관에 들렀다. 비색의 청자 찻잔 형태로 지어졌다는 3층 건물은 매우 깔끔했다. 2층 청자 명품실에서천 년 전 고려의 상감청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듯했다. 해설사는 우리가 서 있던 그 자리가 도요지였다는 것,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이화여자대학교 등 국내 유명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다고 했다.

 

비색청자는 무늬를 넣되 물감을 사용하지 않아서 푸른빛이 나는 아름다운 청자를 말한다. 비취색이란 물총새 등 쪽의 파란 깃털 색을 말하는데, 수컷의 파란색은 비색이고 암컷의 파란색은 취색이라고 한다. 그 둘을 합해서 비취색이라 한다니 청자의 푸른빛은 물총새 수컷의 색깔이라고 봐야겠다. 아름다운 비색에 취해 전시실을 거닐고 있는데 청자로 만든 바둑판이 보였다. 바둑판의 몸통 4면이 정교한 조각으로 새겨져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옆 칸엔 둥근 술통 모양의 야외 의자가 역시 아름답게 앉아 있었다. 선조의 멋스러움을 상상하며 천 년 전의 풍류를 느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300여 명의 우리나라 도공들을 납치해갔다. 우리 조국에서 천대받던 ‘팔 산’이란 도공도 포로가 되었다. 연봉 백미 350석(2억 원 상당)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칼을 찬 무사 급으로 대접을 받았다고 하니 천민이었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일본 도자기 발전에 온 힘을 다한 그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죄명으로 매도할 반역자인가? 고국과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한을 빚어냈고, 중국의 디자인을 접목하여 피를 칠하듯이 그려냈으리라. 그건 아픔이요, 절규요, 죽도록 보고 싶은 그리움의 승화였을 것이다. 분업으로 기계처럼 대량 생산까지 했으니 도둑질한 기술로 일본은 우리보다 10배 이상의 효과를 보며 전 세계의 도자기 시장을 누비게 되었다. 그랬으면 됐지 이제 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어린애같이 떼를 쓴단 말인가. 신사(紳士)로 자랐다면 신사(神社)참배는 그만하고,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망발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정 성숙한 나라라면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말고 잘못을 솔직하게 사과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는 고려청자의 비밀을 현대 과학으로도 겨우 90% 정도밖엔 재현하지 못한단다. 이는 도공들을 업신여겼던 사회 풍토가 소중한 문화를 계승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살림에 도움도 되지 않고 기술도 어려운 그 길을 누가 걸으려 하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인간문화재들이 선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통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인 뒷받침과 획기적인 대우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차창 밖으로 농부들의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서산머리의 붉은 노을은 내일을 약속하고 떠나는 해님을 보내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 수필가 양영아씨는 전북수필문학회·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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