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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고맙네!

▲ 서 호 련
내 인생에 경천동지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호련이가 말춤을 춘 것입니다. 일생 노래방 한 번 가보지 않고 춤 한 번 춰 보지 못한, 아는 노래라고는 '반달'이나 '옹달샘'뿐인 서호련이가…. 그러니 춤 같은 것을 추어 봤겠습니까? 지난 8월 필리핀의 지우 '우르스 헤바이센'의 예순살 생일 겸, 필리핀 새사도교회 40주년 기념축제에 참석했습니다. 그 분은 스위스 분으로 필리핀 통운회사 사장이고 스위스 상공회의소 부회장이며 교회에서는 동남아시아 대 교구장이기도 합니다.

 

내가 역사적인 말춤을 춘 것은 일요일 오후에 있었던 그분의 생일 파티에서 였습니다. 그분의 집은 외국인 전용 주거지역 안에 있는데 이곳은 또 별천지입니다. 흡사 미국이나 유럽에 온 느낌입니다. 생일 파티는 이 단지 스포츠센터에서 베풀어 졌습니다.

 

풀장 가장자리에 준비된 뷔페식탁에 100여명의 하객이 자리를 잡았고 무대에서는 경쾌한 경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주빈의 인사말씀이 끝나고 오케스트라, 군무 등의 축하공연이 끝나자 천둥 벼락같은 록밴드의 음악소리와 함께 젊은이들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남녀노소가 뒤엉킨 무대와 그라운드는 문자 그대로 열광로입니다. 좌석에 앉아 있는 점잖은 사람들은 연신 폭소입니다. 갑자기 '아데 상'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 갑니다. '아데'는 독일인 흉부외과의사로 도쿄를 맡고 있는 사제입니다. 얼마나 춤을 잘 추기에 저렇게 서슴없이 나가는고 했더니 그는 껑충 껑충 뛰면서 두 팔만 올려대는 것입니다. 가히 독일 병정입니다. 교구장 내외분도 그 육중한 거구를 흔들어 대면서 맨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우리 내외에게 손짓을 합니다. "비숍, 어서 나와, 한 시간만 흔들면 10년이 젊어지는 거야."

 

드디어 내가 일어섰습니다. 좌석의 눈길이 모두 나에게 쏠렸습니다. 좌석에서는 비숍 서, 비숍 서 하고 연호를 합니다. 그 이상 버틸 만한 형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나가서 잡은 포즈가 유명한 '싸이'의 말 춤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싸이의 말 춤이 초창기여서 그 춤을 눈 여겨 보지 아니했던 터라 그냥 승마하는 자세쯤으로 생각하고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꾸부리고 아데 마냥 껑충 껑충 뛰었습니다. 그랬더니 민다나오 사도께서 옆으로 다가와 두 손목을 포개고 함께 뛰는 것입니다. 가만히 보니 그것이 진짜 같았습니다. 그분이 싸이의 말 춤을 보았던 게 틀림없습니다. 나도 얼른 따라서 다시 손목을 포개고 우 아래로 흔들어 댔습니다.

 

무엇보다 말춤은 쉽습니다. 싸이의 말대로 품격있게 차려입고 유치하게 춤추기입니다. 사람들은 엉거주춤 꾸부리고 앉아서 바지에 무엇을 싸는 것 같은 나의 모습에 폭소를 했을 것입니다.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인기비결은 따라하기 쉬운 단순한 동작으로 나도 따라해 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고난도 댄스에 압도되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말 타기를 연상케 하는 싸이의 춤은 모처럼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엉덩이를 뺀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전진하는 자세는 배설하는 모습도 연상 시킵니다. 이러한 동작들은 자신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남을 웃기는 자기조롱의 유머라고도 한다는데, 나를 두고 한 말 같기도 합니다. 그날의 나의 춤은 '오빤 남원 스타일!' 그럴듯 합니다. 여하튼 노인네들도 스스럼 없이 춤을 추게 한 싸이가 고맙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교구장 댁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나름대로 어제 그 춤판에 대하여 자평을 했습니다. "변화가 빠른 요 세상, 기업이건 정치건, 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교회라고 할지라도 내일의 주역인 젊은이들을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려면 이같은 어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수필가 서호련 씨는 올 6월 문예지'한국작가'를 통해 등단. 새사도교회 초대 한국주교를 지냈으며 남원세무사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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