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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그 소리

이 창 옥

 

백운봉 산 비알에서 건너온 싸리꽃향기가 살그머니 와 나의 발밑에서 간질입니다. 하늘은 청아한 파란빛이 향기로 감기고, 갈산은 현란하게 물들어 젊어지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사람이라는 말은 ‘소리를 통과시키다’(personare)라는 뜻이 됩니다. 진정한 사람이 되려면, 자신 안에 소리를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닫혀 있으면 안 됩니다. 열려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통과시켜야 할 소리는 세상의 소리보다 먼저 절대자의 소리입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의 힘으로 깨달을 수 없는 크고 작은 풍성한 진리, 아름다움, 사랑의 소리가 됩니다. 이런 목소리를 자신 안에 통과시킬 때, 우리는 진정한 사람이 형성된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됩니다.

 

목소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맑고 청랑한 목소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너와 나는 마음의 미를 갖게 하는 소리가 됩니다. 나아가 보이지 않는 묵상의 소리는 내적 영혼을 살지게 하는 순종의 소명이란 음성으로 승화하게 만듭니다.

 

어린 날, 가물 한 동요가 맴도는 푸른 아침에 새록새록 피워봅니다. 썰매타기, 자치기, 구슬치기, 댕기머리 놀려대기는 개구쟁이의 홍소(哄笑)된 목소리가 불현듯 머리에 가득 앉습니다. 너무나 긴긴 그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마음에는 어제만 같이 보입니다. 서낙하고 히덕거리며 지순한 웃음소리, 수련한 순이, 복선이의 홈홈한 이뿐 볼, 달구달구한 아이들이 오늘따라 그때의 모습에서 그들의 소리를 다시 듣고 싶은 나의 간절한 가슴의 소리를 보내고 또 듣고 싶습니다. 세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소리도 더불어 갑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음성, 천진하고 난만한 소리에서 어릴 적 친구들의 살가운 이야기와 모습의 그리움이 흥건히 배어 있는 숙숙(肅肅)하고 찰지고 지순한 정겨움을 맛보고 싶어 그러합니다.

 

‘자연은 신이 살아 있는 옷이다’ 카알라인의 말입니다. 문명은 자연과 적절히 어우러질 때 최적의 환경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소리는천작(天作)으로 문명과 비례할 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편견, 이기심, 탐욕이 가득 찬 세상의 소리는 순수의 자연의 소리를 거슬러 몰 인간이 만들어 지는 순간, 이는 너무도 큰 슬픔이 됩니다.

 

우리는 ‘장애인’ 하면 흔히 육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수화의 교감은 소리 아닌 무언의 의미전달을 나눕니다. 그의 초연한 표정 뒤에 감추어 보이지만, 마음에의 미움, 질투, 탐욕이 가득 차 있으면 그 사람 또한 영적인 장애자입니다. 마음이 무디어 다른 사람의 아픈 처지를 외면하는 것도 성령 장애의 요소가 됩니다.

 

우리는 열린 귀로 무엇을 듣고 있으며, 풀린 혀로 무슨 말을 하고 사는지요? 자문해 봅니다.

 

음악의 본바탕은 소리에서 기인되어 사람과 더불어 먼저 사람을 매혹하고 나아가 인생길의 멋을 치부하는 사랑으로 안내합니다. 음악의 정신은 행복을 추구하는 최후의 목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감미로운 리듬에 자기를 되돌아보며 너무도 하얀 마음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곧 소리이며 예술입니다. 이런때, 그에서 세상살이의 정화가 요구되는 것을 배우게 합니다.

 

이처럼 자연의 큰 틀 안에는 소리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소리를 떠나서는 잠시를 존재하지 못합니다. 각혼이 없는 생혼만을 지닌 날짐승과 기는 동물은 올금 볼금 울며, 허공과 숲을 전전하며 먹이만을 구하는 소리에서 단순함을 발견합니다.

 

바람은 소리를 만드는 장치인가 합니다. 들을 건너 산으로 오르면 잎의 군상이 소리의 합창으로 산을 넘습니다. 그의 소리는 습습하여 종합예술의 극치가 되고도 남습니다. 골짜기의 물소리는 산과 벗한 조화이며, 물이 없는 골은 사막과도 같습니다. 바람소리가 모든 소리들을 다 이끌고 간 고요는 정숙과 한가로움이 숲을 덮습니다.

 

조화는 우리를 만들고 사회를 이끄는 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지혜롭게 꾸미어 살아가게 합니다. 소리의 조화는 순간의 의미를 남기고 순간 소멸됩니다. 그러나 그의 자국은 시공을 뛰어 넘습니다. 영각(永劫)속에서 영계(정신), 육계에 이어져 그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남긴 소리의 흔적이 더욱 가까워져 다시 찾고 싶은 것은 사람의 애틋한 정서인가 합니다.

 

이제 소리를 따라 산자락을 내립니다. 자연의 품안으로 나의 몸과 마음을 담 쑥 안겨 청순하고 슴슴이 우러나는 묵념속의 그 소리를 마음과 가슴으로 새겨 사랑에 푹 젖어봅니다.

 

 

수필가 이창옥씨는 1982년 한국문협‘월간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사랑한 너 오늘에 핀다’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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