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시울이 젖어지는 것을 느끼며 이 글을 쓴다.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회한과 내 삶의 잔고가 보이는 세대라서 그런지 조그만 감동에도 눈물샘이 공연한 수고를 한다. 이산가족의 아픔과 러시아 소치의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이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흘렸던 눈물이 아니었던가.
길이나 시장에서 어린이를 잃어버리고 참담한 심정으로 정신없이 찾아 다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온 재산을 다 쓰면서 오토바이로 전국의 구석을 몇 번 째 누비고 다니는 부모도 있다. 자식이 배곯게 하지 않으려고 몰래 물로 배를 채운다. 자식 대신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 부모다.
새끼를 위한 희생은 동물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반투르게네프의 〈참새〉에서 나온 글이다. “보금자리에서 떨어진 어린 새끼 참새를 향하여 개가 닥아갔을 때 돌연 곁에 있는 나무 위에서, 어미 참새가 개의 코앞으로 마치 돌멩이처럼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는 전신을 벌벌 떨면서 가엾게도 절망적인 부르짖음을 외치고, 흰 이빨이 들어나 보이는 개의 입을 향해 두 세 번 날면서 덤벼들었다.”
우리는 고독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은 어린이고 늙어 배우자를 여윈 홀아비가 고독이다. 세상에 두고 온 자기 아들 딸이 학교점심 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것을 죽은 부모가 본다면 그 영혼은 통탄하면서 신을 원망할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복지의 대상이 굶은 어린이여야 한다. 부모들이 가장 절실히 여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혈육의 정이고 천륜이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전쟁을 한다지만 전쟁의 비참함-모든 것이 파괴되고 부모 자식이, 남편 아내가 죽거나 생이별 하는,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철사 줄로 꽁꽁 묶여 뒤돌아보고 다시 돌아보며 절며절며 고개 넘던 한 많은 미아리 고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던 아내 자식들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헤아려 보자. 그 아픔이 오늘날 이산가족의 눈물이요 한이다.
금강산 호텔에서 상봉을 마치고 버스가 출발할 때 버스 창문에 앙상하고 주름진 손들이 얽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정은 손에서 손으로 흐른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혈육은 가까이 있어서 손잡고 싶을 때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냐! 피와 살로 얽어 논 혈연의 정을 끊어 놓은 자가? 한 맺혀 죽지도 못하고 기다린 사람들이다. 세계가 다 소통하는 21C 대명천지에 무슨 권리로 오도가도 못하게 하는가?
평화와 공존을 위한 인류의 아름다운 제전이 러시아 소치에서 한창일 때다. 거기에 동참하지도 못하고 음흉스럽게 웅크리고 앉아만 있더니 올림픽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사일을 쏘아 대는구나.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 마당, 젊음의 열정과 환희,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지도 못하는 북한의 동포들을 생각하면 또 다른 눈물이 흐른다.
아, 정녕 통큰 결단으로 우리의 동포들이 자유스럽게 오갈 수는 없는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한 민족으로서 인류의 평화와 공존번영에 기여하는 세계인의 축복받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수필가 최동명씨는 201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덕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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