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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거울

▲ 최기춘
매일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본다. 거울을 바라보며 일신우일신, 일소일소(日新又日新, 一笑一少)를 되뇌며 빙그레 웃는다. 매일 반복하지만 새로워지는 것 같지도 않고 젊어지는 느낌도 없다. 거울을 바라보며 겉모양은 물론 마음속까지 환하게 비춰주는 거울이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물론 일가친척 웃어른, 친구들이 사실대로 꾸밈없이 마음까지 비춰주는 좋은 거울이 되어 주었다. 요즘엔 공장에서 만든 거울도 제각각이고 사람들은 본 대로 느낀 대로 비춰 주지 않고 밝은 면만 보여주려 한다. 어린 시절 읽었던 백설공주 이야기가 생각난다. 왕비가 거울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으면 거울은 백설공주가 예쁘다고 거짓 없이 대답한다.

 

요즘 거울은 거짓말을 잘하는 것 같다. 안방에 있는 거울과 욕실에 있는 거울, 서재에 있는 거울이 제각각이다. 욕실에 있는 거울은 얼굴이 조금 뽀얗게 보인다. 그런데 서재에 있는 거울을 보면 얼굴이 야윈 느낌이 든다.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은 거울은 얼굴의 잡티나 주름살이 선명하게 보여 많이 늙어 보인다. 겉모양만 비춰주는 공장에서 만든 거울이야 조금씩 다른들 별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겉모양과 마음까지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준 가족이나 선생님, 친구들이 바르게 비춰주지 않는 사회가 걱정이다.

 

좋은 거울들이 사라져 간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동료나 친구지간에도 서로가 좋은 거울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만 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한 구절이 생각난다. 도오선자는 시오적이오 도오악자는 시오사니라.(“道吾善者는 是吾賊이요 道吾惡者는 是吾師”) 나를 착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내게 해로운 사람이고 나의 잘못을 말해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가정에서 손자손녀나 아들 며느리에게도 좋은 거울 노릇을 할 수가 없는 세태다. 칭찬만 해야 한다고 한다. 칭찬은 물론 좋은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 않던가? 칭찬을 해주면 해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기분은 좋다. 그러나 칭찬을 우선해야 하겠지만 사실을 바르게 말해주고 앞으로 잘 하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매를 맞고 혼난 사실은 부모님이 알까봐 전전 긍긍했다. 부모님이 아시면 선생님한테 혼난 것보다 더 크게 혼났다. 동네 친구들과 모정에서 장난치며 놀다 동네 어르신에게 친구들과 함께 크게 혼난 적이 있다. 억울하고 분해서 아버지께 일렀다. 아버지는 그 어른이 너희들 바르게 크라고 나무랐지 너희들이 미워서 그랬겠냐면서 다독여주셨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선생님은 물론 동네어르신이나 이웃집 아저씨들까지도 좋은 거울노릇을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잘 가르쳤다.

 

그러나 요즘은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좋은 거울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학생들이 잘못한 일이 있어 나무래도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항의하기도 하고, 심지어 선생님들께 폭행까지 하는 일들이 벌어지니 선생님들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서 어린아이들이 위험하게 뛰어다니고 장난을 치며 버릇없이 굴어도 누구 하나 따끔하게 훈계하는 사람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가친척들과 선생님, 이웃집아저씨들까지도 좋은 거울이 되어주고 친구 간에는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수필가 최기춘 씨는 2008년 〈대한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머슴들에게 영혼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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