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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친구

   
▲ 김양순
 

“하버드 졸업장 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는 빌게이츠의 말처럼 독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독서가 주는 이로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책을 친구삼아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로움이라 하겠다. 좋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즐겁기 때문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어느 작가가 쓴 이야기에 감동하면서 울고 웃는다는 것은 내가 그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에 동화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나와 전혀 다른 시대 또는 다른 환경에서 살았을 그 어떤 사람과 내가 같은 생각을 품을 수 있고 시대와 나이,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친구처럼 소통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되던 젊은 시절, 책을 벗 삼아 읽으면서 장래희망을 꿈꾸었다. 그 때 읽은 책들은 내게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주었는데, 헤르만 헤세는 나의 내면세계를 흔들어 자의식을 일깨워주었고 톨스토이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으며 임어당은 중용의 가치를 설명하여 내가 지금껏 온건한 자세로 살아올 수 있는 균형감각을 갖게 해주었다. 그 시절 나는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한 그루 작은 나무 같은 처지였지만 늘 책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며 씩씩하게 살아왔다.

 

나는 지금도 하루 일과 중 책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이 많다. 집에다 여기저기 책을 늘어놓고 사는 까닭에 날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몇 장이라도 읽게 되고, 오후에 우리 학원에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성경을 서너 장 읽은 뒤 시간이 되는 대로 책을 읽는다. 주로 창작동화, 역사, 세계명작, 한국문학 등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쉬운 책들이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독후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 생활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만족하고 있다.

 

책은 그 자체가 친한 친구가 되어주면서 실생활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다리 역할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새로 설립된 ‘독서모임이야기’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거기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매주 수요일 오전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독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친한 벗들과 함께 아름다운 숲을 거니는 것처럼 여유롭고 행복하다. 지도하시는 최 선생님의 열강에 감동하면서 독서모임에 관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선진국 대부분이 아주 많은 독서모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고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엊그제 우리 학부모님 몇 분과 작은 독서회를 만들었다. 책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더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가 독서 친구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고 올바른 독서 습관을 갖게 해주자는 취지에서였다. 뜻한 대로 잘 된다면 아이 인생길에 믿음직한 길잡이 친구를 소개해주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이만큼 가치 있는 유산도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책이 귀하던 30여 년 전 ‘밀알독서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회원들이 가져온 책을 서로 돌려가며 읽었던 일, 남의 집을 방문할 때면 그 집에 있는 책을 염치불구하고 빌려다 읽었던 날들을 회상해 본다. 새로운 책을 펼칠 때마다 가슴 설레었던 그 행복한 기대감, 다 읽고 난 뒤의 뿌듯한 충만감은 좋은 친구와 속이 후련하도록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 못지않았다.

 

나는 지금도 책을 손에 들면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책을 친구삼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나랑 대화해주는 친구,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내 가슴 가득 그윽한 기쁨을 안겨주는 참 좋은 친구에게

 

“책 씨, 그대를 언제까지나 좋아할 것입니다.”고백하고 싶다.

 

△ 시인이며 수필가인 김양순씨는 '창조문학신문''대한문학'으로 등단. 시집 〈웃음 세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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