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3년간 590건 / 살인사건도 발생
대학생 A씨는 최근 들어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사귄 지 얼마되지 않는 남자친구와 가진 원치 않는 성관계가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
당시 A씨는 술을 마시자는 남자친구에 이끌려,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 드문드문 나는 기억 속에서 남자친구는 평소에 알던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A씨는 연인 관계를 청산하고 싶지만, 남자친구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내내 속앓이만 하고 있다.
30대 여성 B씨는 지난 6월 전주시 효자동의 한 길가에서 남자친구 김모씨(33)에게 납치돼, 김씨의 차량에 20분 동안 감금됐다.
김씨는 A씨를 태운 채 7km 가량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면서“헤어지자는 말을 취소하라”며 A씨를 협박했다.
이처럼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행인 이른바 ‘데이트폭력’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26일 국회 박남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인천 남동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1년~2013년)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연인 사이 폭력사건은 모두 590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225건, 2012년 181건, 2013년 184건이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자신의 신체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폭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데이트폭력은 살인사건으로까지 번지기도 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 20대 여성 C씨는 2012년 1월 전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자친구 윤모씨(23)에게 목이 졸려 살해됐다. 윤씨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여자친구가 부모 욕을 한 게 화가 나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데이트폭력은 피해자가 관계 지속을 위해 피해 사실을 감추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사회통념상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도 해 폭행사실이 노출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폭행 가해자와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결별요구를 폭행이나 폭언으로 막아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이에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흥주 원광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데이트폭력에 대해 우리사회는 너무 관대하다”면서 “단순한 사랑싸움 정도로만 치부할 것이 아닌 엄연한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혼 전 폭행은 일부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김현아 사무국장은 “일부 남성들이 왜곡된 성관념으로 여성들을 억압할 때 폭행이 자행된다”면서 “노출이 잘 되지 않는 탓에 장기·반복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사회적으로 데이트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낮은 것 같다”며 “정책사회적으로 깊이 개입, 폭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