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전일소보 문명일대보(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 짧은 한문이다. 공중화장실 소변기 앞에 서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맞은편 벽에 눈길을 잠시 주었다가 발견한 문장이다. 물론 우리가 아니고 이웃 대륙에서다. 이 문장을 번역하면 대충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한 발짝만 다가서면 우리도 문명화된 사회를 크게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의문 하나가 슬그머니 꼬리를 물었다. 이 나라 남자들은 소변을 보다가 이런 걸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 그렇지.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아직 문명화되려면 멀었어.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들도 쌔고 쌨는 걸? 그러니 이런 말이야 당연히 필요하지. 소변기에 바싹 다가서서 볼일을 보면 문명화가 된다고 했으니 나부터 실천해야지, 아암….’ 뭐, 그런?
‘한 걸음만 더…’는 요즘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별견할 수 있는 문구다. ‘깨끗이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를 덧붙인 표지판도 있다. 만약 ‘한 걸음 다가설 줄 아는 당신은 진정한 문명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면, 그걸 읽은 우리나라 남자들은 이렇게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문명 좋아하시네. 여러분들이나 실컷 문명하세요.’ 그만큼 문명화가 이루어졌다는 뜻일 것이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고 쓴 건 다분히 수사적이다. 남성성을 자극해서 ‘흘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하고 있어서다. 물론 눈물 말고도 남자라면 함부로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긴 하다. 그걸 주의하는 것이, 그리하여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 것이 공중도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남녀 화장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장이다. 찻집으로 예쁘게 꾸민 어느 어느 고택(古宅) ‘칙간’의 소변기 앞에 붓으로 유려하게 적어 붙인 문구는 이랬다.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 온 국민을 향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하는 심한 자괴감이 든다고 했던 ‘그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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