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뼈다귀탕의 효능과 맛

‘치킨은 음식이다’와 ‘삼겹살은 음식이다’는 둘 다 내용상 아무 문제가 없다. ‘치킨, 삼겹살은 음식이다’라고 이어 쓸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치킨, 삼겹살은 소주 안주로 최고다’라고 쓰는 건 어떤가. 술꾼1 : “에이, 치킨에는 맥주가 찰떡궁합이잖아?” 술꾼2 : “무슨 소리, 치킨도 소주 안주로 최고던데?” 적어도 술꾼1의 눈에는 잘못 쓴 문장일 것이다.

 

‘어린이의 성장기발육, 빈혈, 간장을 보호해주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어느 해장국집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여기서 말한 음식은 ‘뼈다귀탕’이다. 뼈다귀탕의 효능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단어를 잘못 연결해서 쓴 문장이라는 것이다. 뭐가 문제라는 걸까.

 

이 문장은 ‘어린이의 성장기발육을 보호해주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어린이의 빈혈을 보호해주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어린이의 간장을 보호해주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를 하나로 이어 쓴 모양이다. 되묻는 방식으로 하나씩 따져보자.

 

어린이의 성장기발육은 ‘보호’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촉진’시켜야 하는 것인가. 당연히 후자 쪽일 것이다. 어린이의 ‘빈혈’을 ‘보호’해준다는 건 말이 되는가. 그러면 뼈다귀탕을 먹은 그 아이는 빈혈에 계속 시달리지 않을까. 어린이의 빈혈을 ‘예방’해준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린이의 ‘간장’을 ‘보호’해준다는 말은 얼핏 아무 잘못도 없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호해야 할 간장은 술에 찌든 어른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 물론 일찍이 유치원 시절부터 술맛을 제대로 알고 그걸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즐겨온 어린이들은 예외다.)

 

이 문장으로 전달하려는 것은 뼈다귀탕의 효능이다. 그걸 한꺼번에 쓰다 보니 내용이 뒤죽박죽되어 버린 것이다. ‘어린이의 성장기발육을 촉진하고 빈혈을 예방하며, 어른들의 간장을 보호해준다’라고 쓰면 글자 수는 비록 늘어나지만 뼈다귀탕 맛이 훨씬 좋아져서 그 해장국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익산정헌율·이재명의 각별한 인연 ‘눈길’

금융·증권차기 전북은행장에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 단독 후보 지명

경찰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에 남원 출신 장인식 치안정감

사건·사고완주서 천장 강판 작업 중이던 근로자 5m 아래 추락 숨져

정치일반대통령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스캠 피의자 107명 송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