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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바르게 살자고?

‘바르게’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가 없이 곧거나 반듯하게’라고 나와 있다. ‘삐딱하지 않게’가 ‘바르게’다. ‘바르게 살자’는 ‘삐딱하지 않게 살자’는 뜻일 게다.

 

‘바르게 살자’라는 두 어절의 문장을 새긴 바윗돌을 전국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진실’한 마음을 갖고 ‘질서’를 잘 지켜서 모두모두 ‘화합’하며 살아가자는 말까지 그 아래 또박또박 덧붙여 놓았다. 구구절절 바른 말이다. 세상에 바르지 않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말을 비석에까지 새겼을까 싶다. 그런데 거기 적힌 ‘바르게 살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몇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우리말을 웬만큼 구사할 줄 아는 어느 외국인이 부근을 지나다가 돌에 새겨진 말을 발견하면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아,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바르게 살지 않으면 이런 말을 이렇게 써 놓았을까. 하긴 일리가 없지는 않아….’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마다 광화문을 밝힌 수십만 개의 촛불을 바라본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 맞아. 바르게 살아야 해.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여기서 이 말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어쩔 뻔했어? 얘들아, 너희들도 여기에 적힌 것 좀 읽어 봐라. 어때? 참 좋은 말이지? 앞으로는 엄마하고 아빠도 바르게 살아가도록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너희들도 이걸 꼭 실천해야 한다, 알겠지?” 이렇게 깨닫고 실천 의지를 굳건히 다질 사람은 또 과연 몇이나 될까. 이토록 큼직한 돌을 세우고 ‘바르게 살자’고 적어 넣어서 이 땅의 수많은 ‘바르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뜯어고치고 싶어하는 이들은 또 과연 얼마나 바르게 살아가고 있을까. 한때 ‘공주’로 떠받들어졌던 ‘그분’ 또한 이런 비석을 청와대 관저 앞마당에 세우고 아침저녁으로 ‘바르게 살자’를 맘속에 새겼더라면 뭐가 좀 달라지긴 했을까.

 

문득 오래 전에 어느 드라마를 통해서 유행했던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너나 잘 하세요.”라고 했던….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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