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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구합니다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생겨난 혈육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 ‘식구(食口)’다. 한자말 그대로 ‘먹는 입(들)’이다.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 이들의 공동체다. 가족의 다른 이름으로 쓰일 만하다.

 

그게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기능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사회 환경의 변화가 주된 까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인 것 같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자기중심적 사고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율이 금메달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특히 황혼 이혼까지 급격히 증가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왕래조차 끊고 사는 부모형제도 적지 않다. 상속 재산의 분할을 놓고 형제들이 법정 소송을 벌이는 일도 흔해졌다. 재산을 물려주는 조건으로 부모와 자식이 직접 서명한 효도 계약서라는 걸 쓰기도 한단다. 가족도 돈 다음에 났다는 게 정설로 굳어가는 듯하다.

 

어느 조직에 속해 있거나 뜻을 같이하면 남남끼리도 얼마든지 가족을 이룰 수 있다. 2차적 의미의 가족이다. 이때 주로 쓰는 말이 바로 ‘가족 같은’이고, ‘우리가 남이가’다. 한때는 어떤 기업광고의 카피로 ‘가족 경영’과 ‘또 하나의 가족’이 쓰이기도 했다.

 

‘함께 일할 가족을 구합니다!’는 대학로 어느 분식점 유리창에서 발견한 문구다. 거기 적힌 ‘가족’이라는 말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흔히들 쓰는 대로 ‘직원 모집’이나 ‘아줌마 구함’이라고 쓰지 않았다. ‘가족’을 구하는 것이다. 자매처럼 믿고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뜻이겠다.

 

그 아래 적힌 ‘성실하고 용모 단정한 40대 여성’은 언필칭 가족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도 가족 나름이라는 건가. 못나도 부모고, 말썽꾸러기여도 내 자식이니 서로 감싸주고 아픔을 나누는 게 진짜 가족 아닐까. 승진도 제때 못하고 돈벌이까지 시원찮다고 아버지 대접을 안 할 수 있는가. 구인광고 속 문장이 좀 씁쓸하게 여겨진 까닭이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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