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도 파업 때는 임전무퇴의 정신을 가다듬으며 머리에 빨강 띠를 두른다. 사망하면 호적에 빨강 줄을 긋는다. 전과 경력 또한 빨강 줄이다. 빨강은 악귀를 몰아내는 신통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동짓날에는 빨강 팥죽을 쑤어먹는다. 서원이나 향교에는 빨강 문(홍살문)을 세웠다. 점집이나 사찰에서 발급하는 각종 부적도 빨강이다. 다가올 사고를 조심해야 하므로 빨강 신호등이 켜지면 자동차를 세워야 한다.
경기장에서 비신사적 행위를 한 선수에게 심판에 내미는 것도 빨강(레드) 카드다. 언필칭 악귀야, 썩 물렀거라다. ‘좌파’들의 ‘불온서적’도 ‘빨강 책’이라고 했다. 19금 도색잡지 또한 빨강 책으로 비유했다. 마녀사냥을 당한 사람에게 찍는 낙인도 ‘빨강(주홍) 글씨’다. 그림 속의 경고문도 아주 그냥 순전히 빨강이다. 담배 한 대를 맛나게 피우며 비탈로 꺾어진 ‘급커브길’을 지나다가 이렇게 빨강 일색인 경고문을 발견한 운전자는 과연 거기 적힌 대로 ‘천천히 운행’해서 ‘골재’나 ‘토사’가 ‘쏟아지지 않도록’ 더 조심하게 될까. 의문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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