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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무엇일까

‘정이란 무엇일까 / 받는 걸까 주는 걸까 / 받을 땐 꿈속 같고 / 줄 때는 안타까워….’ 가수 조용필이 40년쯤 전에 불렀던 <정> 이라는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이라고 적혀 있다. 어쨌든 정은 인간 본성의 하나로서 다양한 행위를 만들어내는 속성을 지녔다. 사람과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도 정이다.

 

‘정’은 종류도 다양하다. 붙기도 하고, 쏟기도 하며, 흐르다가 깊어지기도 하는 것이니 그렇다. 그중 가장 흔한 게 ‘온정’이다.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정이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게 만드는 힘은 ‘열정’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게 오래 가지 못하고 식어 버리면 ‘냉정’해진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다 보면 ‘미운 정’도 들고 ‘고운 정’도 쌓인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이 있다. 분노가 극심할 때 가끔 입에 담는 말이다. ‘정’도 마찬가지다. ‘고운 정’이든 ‘미운 정’이든 그게 지나치면 정이 거꾸로 솟아서 화를 버럭 내지르게 된다. 그게 바로 속 좁은 어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역정’이다. 떨어지기도 하는 게 정이다. 남녀가 헤어질 때는 일부러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정을 ‘떼려는’ 것이다. 그런 일을 자꾸 반복하는 사람한테는 나머지 정인 ‘정나미’가 떨어지게 된다. 물론 더 심해지면 ‘오만정’이 다 달아날 것이다. ‘덧정’이라는 것도 있다. ‘덧니’처럼 ‘더해지거나 덧붙은 정’이다. 한 곳에 정이 붙으면 그 주변 것까지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정을 말한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고 했다. 바로 ‘덧정’을 이르는 말이다.

 

‘정을 쏟고 정에 울며 / 살아온 내 가슴에 / 오늘도 남모르게 / 무지개 뜨네….’ 앞서 언급했던 조용필의 <정> 은 이렇게 끝난다. 누군가에게 쏟든, 아니면 그 누군가 때문에 울든, 주든 받든, 결국은 내 가슴에 오늘도 남모르게 무지개 떠오르는 게 바로 ‘정’ 아닐까. 정에 굶주린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 보이는 까닭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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