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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리포트는 원고지에 펜으로 써서 작성했다. 쓰다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부지기수였다. 작성한 리포트는 까만색 철끈으로 묶어서 담당 교수의 연구실로 갖고 갔다. 교수가 부재중일 때는 다시 방문하는 번거로움도 기꺼이 감수했다.

 

대학생 K는 리포트를 들고 담당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간다. 노크 따위는 생략하고 문을 벌컥 연다. 마침 교수가 책상에 앉아 있다. K군은 화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문 채 성큼성큼 걸어가서 과제물을 책상에 던져놓는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연구실을 유유히 걸어 나온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누군가의 방에 들어갈 때 노크는 상식일 것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서 교수와 눈이 마주치면 리포트를 제출하러 왔다고 말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내키지 않아도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 한마디쯤은 건네고 연구실을 나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그렇긴 한데 리포트를 작성하는 방법이나 전달하는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앞서 봤던 K군 같은 이들이 적지 않다.

 

요즘은 대부분의 리포트를 PC로 작성한다. 그걸 프린트해서 제출한다. 담당 교수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게 일상화되어가는 추세이기도 하다. 직장의 동료나 선후배들 사이에도 ‘파일첨부’ 기능을 활용해서 문건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들 중에는 K군과 같은 이들이 의외로 많다.

 

달랑 파일만 첨부해서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이메일로 리포트를 전송하면 담당 교수의 ‘받은 편지함’에 보낸 사람 이름이나 아이디와 함께 제목도 뜨게 되어 있다. 그런데 달랑 ‘제목 없음’이다. 심지어는 이걸 누가 보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문건을 전송할 때 짧은 인사말을 몇 마디라도 곁들이면 좀 좋을까. ‘선배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자료를 이제야 찾았네요.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해요. 조만간 한번 뵐게요.’와 같은 식으로…. 이런 정도로만 써도 서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겠다 싶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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