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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 2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께서 남긴 말씀이다. 천지간 삼라만상이 저마다 존재 의미를 갖고 있으니 산을 물이라 우기지 말고, 물 또한 산이라고 억지를 쓰지 말라는 뜻이 그 안에 담겨 있다.

 

한마디로 욕심을 버리고 순리에 따라 살아가라는 것인데, 그분의 깊은 뜻이야 헤아려 처신하되 문장만은 이런 식으로 쓰지 말 일이다.

 

그림 속의 ‘이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는 대부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문장이다. 우리나라 TV 방송사에서는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직전에 이런 걸 먼저 보여준다.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봐도 무방한 연령대를 미리 지정해서 안내해 주자는 뜻일 게다.

 

그런데 공영방송에서 문장을 이런 식으로 써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문장에는 주어와 서술어가 있다. 이 둘은 문장의 뼈대를 이룬다. 그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무엇이 어찌한다(나는 사랑한다), 무엇이 어떠하다(누나는 예쁘다), 무엇은 무엇이다(이것은 책이다)가 그것이다. 이걸 확장시켜서 ‘나는 그녀를 몹시 사랑하고 있다’, ‘누나는 코하고 입술이 특히 예쁘다’, ‘이것은 할아버지께서 내게 물려주신 책이다’와 같이 쓴다.

 

그림 속 문장의 경우 세 번째 틀에 해당된다. 이 문장의 주어는 ‘이 프로그램은’이다. 물론 서술어는 ‘프로그램입니다’이다. 그런데 주어와 서술어에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썼다. 매우 좋지 않은 글쓰기 습관이다. ‘이 노래는 가왕 조용필이 작사 작곡해서 부른 노래다’, ‘그의 모습은 내 모습 같다’와 같은 식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앞서 보았던 ‘이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는 ‘이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프로그램’ 하나를 빼고 써야 옳다. 물론 거기 크게 적힌 순우리말 ‘누구나’를 살려서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쓰면 더 좋겠지만….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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