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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 3

얼굴이든 몸매든 외모에 신경을 참 많이들 쓴다. 젊은층에서 더욱 그렇다. ‘쌍수’에 앞트임과 옆트임으로 눈알을 왕방울만하게 만드는 건 기본이다. 코를 높이고, 입술도 까뒤집는다. 섹시해 보인대나 어쩐대나. 멀쩡한 다리뼈에 보형물을 넣어서 ‘롱다리’까지 만든다는 얘기도 들었다. 외모지상주의가 고착화된 사회 분위기 탓이라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물론 여기저기 도드라지는 까만 점 몇 개를 레이저로 지져내거나 여드름을 관리하는 것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 둘만 해결해도 얼굴이 한결 환해진다. 그런데 몰라서 그렇지 메이크업의 기본은 미소이고,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다. 밝게 웃고, 꾸준히 절제하면서 살면 나만의 개성 있는 모습을 얼마든지 가꾸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를 만났을 때에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요즘 누리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그에게 사과를 해야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문장을 흔히들 쓴다. 어떤가. 혹시 얼굴의 까만 점이나 여드름 자국 같은 게 보이지 않는가. ‘만났을 때에도’, ‘즐거움 중에’, ‘사과를 해야지만이’를 ‘만났을 때도’, ‘즐거움 중’, ‘사과를 해야’라고 쓰자는 말이다.

 

‘I am Ready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어느 포스터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뭣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슬그머니 시비 내지는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군인 제복을 입은 젊은 여성 모델의 비현실적인 모습까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문법을 무시하면서까지 굳이 덧댄 영어 표기( ‘ready’라고 써야 할 걸)와, 여드름 같은 군더더기 단어는 별로였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의 ‘나만이’에서 ‘나만’에 붙은 보조사 ‘∼이’는 꼭 필요한 걸까. 그냥 ‘나만’을 써도 뜻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짧은 영어 문장으로 다시 눈이 간다. 남의 나라 말처럼 간결하게 쓰면 좀 좋을까. ‘나만의 선택’ 같은 식으로…. 새겨둘 일이다. 얼굴의 까만 점이나 여드름 자국 같은 군더더기를 빼내야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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