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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참신한 '남자'에 대하여

남자와 여자로 성이 태생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세상에는 별의별 해괴한 일이 다 벌어진다. 수많은 희로애락의 대부분이 거기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요즘 TV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뉴스 중 하나를 바라보는 심정도 참 답답하다. 심지어는 국가간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이나 전쟁의 직간접적 원인이 된 적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지 않은가.

 

남자와 여자를 극명하게 차별하는 곳이 있다. 공공 사우나와 화장실이다. 제아무리 죽고 못 사는 남녀라도 그 앞에서는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는 남녀공용 대중목욕탕도 있는 모양인데, 가본 사람 얘기로는 분위기가 영 별로(?)라고 한다. 어떤 남자는 여장을 하고 여탕에 들어갔다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기도 한다.

 

남녀 화장실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그걸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쓰거나 그려서 출입문에 붙이는 문자나 그림이 비주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걸 ‘남’과 ‘여’로 간명하게 적었다. 요즘에야 물론 ‘MAN’과 ‘WOMAN’이 대세다.

 

색깔로 구분하는 곳도 있다. 그럴 때는 으레 남자는 파랑, 여자는 빨강 계열을 쓴다. 거기에 남녀의 이미지를 다양한 그림이나 선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신랑과 각시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 붙인 곳도 있다. 이 경우도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MAN’이나 ‘WOMAN’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어떤 남자 화장실은 선 채로 오줌발 힘차게 날리는 모습을 이미지화해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에 적잖이 식상해져서일까. 아예 ‘남자’라고 우직하게 써 붙인 화장실 표지판이 오히려 신선하게 와 닿는다. 로마자에 온갖 그림이나 세련된 이미지로 장식된 것들만 봐 와서 그럴 것이다. 아니, 본질적으로는 그게 아닐 것이다. 겉만 화려하게 포장해서 눈속임을 일삼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는 세상 탓일지도 모르겠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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