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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이름, '영미 영미'

아들만 귀하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딸자식은 이름조차 대충 지었다. ‘김끝순’ 같은 이름도 옛날에는 흔했다. ‘박딸고만’도 들은 적 있다. 딸로는 너로 마지막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기생들 이름에는 ‘월(月)’을 주로 썼다. ‘산월’이니 ‘유월’이니 ‘명월’이니 하는 게 그런 예다. ‘향(香)’도 마찬가지였다. ‘춘향’이가 대표적이다.

 

‘자’, ‘숙’, ‘순’, ‘희’…. 무엇일까. 과거에 대단히 즐겨 썼던 여자들 이름 끝 글자다. 1973년 2월에 어느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 135명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이름 끝 글자로 ‘자(子)’를 쓴 이들이 무려 21명이었다. 135명 중 16%에 이른다. ‘순(順)’은 17명으로 13%였다. 가운데 글자로 ‘순’을 쓴 이름도 13명이나 된다. 둘을 합치면 ‘자’와 쌍벽을 이룬다.

 

‘숙(淑)’은 모두 14명이고, ‘희(姬 )’를 쓴 이름은 10명이다. ‘자(子)’, ‘순(順)’, ‘숙(淑)’, ‘희(姬)’ 모두 한자까지 똑같다. 이 넷을 이름의 끝 글자로 쓴 여학생이 모두 62명이다. 전체의 46%에 이른다. 가운데에 쓴 것까지 더하면 그보다 훨씬 높다.

 

여자들 이름 가운데나 끝에 ‘미’를 쓰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그 대세는 ‘김미자’, ‘박미순’ 등이다. 그 ‘미’를 조금 진화시킨 1980년대적 이름으로는 ‘미영’이나 ‘영미’가 있다. 물론 요즘 여자아이들한테 이런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는 드물다.

 

이틀 전에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이들이 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다. 그들의 선전은 온 국민에게 진한 감동 스토리를 전해주었다. ‘갈릭 소녀’, ‘안경 선배’ 같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그와 더불어 ‘국민 이름’으로 부상한 게 바로 ‘영미’다. 외국인들은 그게 무슨 컬링 용어인 줄 알았다고 하니 말 다했다.

 

정작 당사자인 김영미 선수는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그 이름이 하도 촌스러워서 개명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영미 선수, 앞으로 개명하기는 다 글렀으니 이를 어쩌나….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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